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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헛수고하지 않으려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3 조회수741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
헛수고하지 않으려면

 


 

         신학생 때 로마에서 유학하는 중에 선배 신부님들과 동유럽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 등 가보지 못했던 동구권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꿈을 안고 교구차를 몰고 떠났습니다.

아침에 떠나 저녁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우리는 이태리 북부 아름다운 고산지대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섬광과 같이 무서운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 여권을 안 가져왔네!’

저는 머뭇거리다 이 이야기를 꺼냈고, 순간 선배신부님들의 따가운 시선이 저를 향했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떠난 여행이었지만 제가 여권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함께 여행하는 우리 모두는 동구권 여행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무언가 하나가 빠지면 절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무언가를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절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물을 바치기 이전에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사람이 생각나거든 그 제물을 그대로 놓고 먼저 그 사람과 화해하고 오라고 하십니다.

제물을 바치는 목적은 하느님과의 친교를 통해 복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내가 잘못하여 어떤 사람이 나에게 원한을 품었다면 그 사람의 기도가 먼저 하늘나라에 당도해 나의 기도를 방해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약자 편이시기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의 기도보다는 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의 기도를 먼저 들어주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해봐야 헛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된 모세법을 한 번 읽어봅니다.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 너희는 어떤 과부나 고아도 억눌러서는 안 된다. 너희가 그들을 억눌러 그들이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그 부르짖음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분노를 터뜨려 칼로 너희를 죽이겠다. 그러면 너희 아내들은 과부가 되고, 너희 아들들은 고아가 될 것이다.

너희가 나의 백성에게, 너희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도 안 되고, 이자를 물려서도 안 된다. 너희가 이웃의 겉옷을 담보로 잡았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가 덮을 것이라고는 그것뿐이고, 몸을 가릴 것이라고는 그 겉옷뿐인데, 무엇을 덮고 자겠느냐? 그가 나에게 부르짖으면 나는 들어 줄 것이다. 나는 자비하다.” (탈출 22,20-26)

 

이 법에는 약자에 대한 하느님의 연민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경우는 내가 잘못하여 상대가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먼저 상대에게 용서를 청하고 그 아픈 것을 치유해 주어야 나의 기도가 받아드려진다는 것입니다.

즉 내가 돈을 꾸어서 갚지 못했다면, 그것을 갚기 전까지는 그것이 나의 발목을 항상 잡을 것이고, 혹은 내가 누구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것이 나의 모든 기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오래 전 작은 형과 영화를 보기 위해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습니다. 형이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왜 이렇게 어둡냐?”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밖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해 오면서도 자신이 그것을 끼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제가 선글라스를 벗겨 주었더니, “이제 잘 보이네!”하는 것입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 정상보다 모든 것이 다 어둡게 모입니다. 우리 안에 풀리지 않고 남아있는 죄들도 다 이것과 같습니다. 이것들은 마치 선글라스처럼 내 삶 전체를 어둡게 만들어버립니다. 또한 은총의 빛도 그 죄의 어둠을 뚫지 못하고 아주 조금만 스며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먼저 은총을 방해하는 죄부터 씻고 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어제와 같은 이야기지만, 깨진 독이 있다면 물을 붓기 전에 먼저 독을 수선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은총을 낭비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온전한 그릇에 그 크기만큼만 부어주십니다. 내가 봉사도 하고 기도도 많이 하는데 하느님께서 은총을 주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오늘 복음을 깊이 묵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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