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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14일 목요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4 조회수874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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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목요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 마태오 5,20ㄴ-26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백번이고 천 번이고 화해하십시오.>

 

 

    혈기왕성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같이 데리고 살던 한 아이 문제 때문에 누군가와 오랜 시간 논쟁을 거듭했고, 결국 의견차가 너무 커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드디어 분노가 폭발해서 건너지 말아야 할 강까지 건넌 적이 있습니다.

 

    밤새 그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슴이 벌벌 떨려 밤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을 맞이했는데, 저는 습관적으로 공동체 경당으로 발길을 옮겨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런 마음 상태로 미사를 봉헌하니 미사가 미사가 아니었습니다. 하필 그날 복음 주제가 ‘용서’였습니다. 정말 기가 차지도 않았습니다. 평소 짧게나마 형제들과 신자들을 위해 강론을 했었는데, 그날은 단 한 마디도 강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황급히 미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절실히 느꼈습니다.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올리는 제사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용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바치는 예물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고 계셨기에 아주 강한 어조로 제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와 일상생활 속의 형제애는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형제적 사랑과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드리는 예배를 하느님께 합당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거금의 봉헌금을 하느님 대전에 바친다 할지라도 이웃과 불목하고 다투고 있다면 그 예물봉헌 역시 합당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대한 최소한의 의무도 소홀하면서 드리는 제사나 예물 역시 하느님께서 즐겨 받지 않으실 것이 확실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예배를 핑계로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으십니다.

 

    틈만 나면 다투고, 수시로 불목하고, 끊임없이 서로를 헐뜯는데 혈안이 된 공동체는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데 합당한 공동체가 절대 아닙니다. 그들이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는 울리는 징처럼 공허하고 무의미한 예식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느님을 향해 바치는 예배와 봉헌이 보다 가치 있고 합당한 것이 되기를 원한다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너무나 간단한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화해하는 것입니다. 매일 매 순간 마음을 비우는 일입니다. 또 다시 서로에게 기회를 주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백번이고 천 번이고 언제나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밥 먹듯이 이웃을 용서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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