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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4 조회수479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을 누가 마셔야 하나?" 이 말은 지난 가을(1993) 미국에서 그랜드캐니언 관광을 할 때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한 말이다. 사실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옛 날 장희빈이 마신 사약이 바로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이라는 것이며, 오늘의 사회를 병들게 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이 물을 마셔야 한다 는 것이 그가 외친 주장이었다. 가이드는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하기 위해 스크랩한 신문을 보 이면서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죽이고 또는 공금을 횡령하고 애인 을 토막 살해한 기사들을 일일이 소개했는데 바로 이들에게 유도 화 뿌리 삶은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는 버스로 아주 긴 여행이 었다. 그러나 자칭 코미디 출신이라는 가이드의 만담으로 우리는 조금도 지루한 줄을 몰랐다. 마음 약한 한국 노인들은 감동이 되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으며, 부모에게 살아생전에 효도해야 한다 는 대목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들했었다. 그러나 며칠 듣다 보니 가이드에게 거부감이 생겼다. 그가 자신에 대해 한 얘기는 대충 이랬다. 그는 마누라를 주먹으로 다스려서 꼼짝 못 하게 했으며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올 땐 아내를 아주 버렸고 그리고 그 아내가 암으로 죽을 때는 자기도 아들들도 아무도 가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 서 자기는 이제 회개하여 새 마누라를 극진히 모신다고 자랑을 하 더니, 교회에 나가고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선전도 했다. 그런데 나는 그 마지막 대목에서 비위가 상해 버렸다 사실, 내가 그의 회개에 마음 상할 일은 아니었다.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줘야 하는 것이 옳은 도리였다. 그래도 왠지 나는 그 친구 가 뻔뻔스럽게 보여 그를 다시 봤을 땐 밥맛이 뚝 떨어졌으며 그가 하는 우스갯소리는 이젠 하나도 재미가 있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 면,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은 바로 그 친구가 마셔야 할 판이었다. 즐거운 여행이 즐겁지 않은 여행으로 바뀐 것은 순전히 내 기분 탓이었다. 어쨌거나, 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 났을 때 나는 너무도 반가웠다. 그리고 마침 그때 근 40년 동안 병 마에 시달리던 내 여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지막 20 년은 완전한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그녀는 이미 장사까지 지낸 뒤 여서 귀국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양주를 몇 잔 마셨는데 바로 그 때문에 밤새 토하면서 고생을 했다. 나는 사실 술을 끊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만 3년 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술 끊은 얘기를 방송이나 잡지에 발 표하여 다른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무심코 한 잔마신 것이 길(?)이 들어 그 후로도 술 때문에 여러 날 고생하 게 되었다. 그때 문득 가이드의 말이 계속 들렸다. "유도화 뿌리 삶은 물을 누가 마셔야 하나?" "예수님, 제가 마시겠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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