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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제, 피와 물의 의미를 살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4 조회수828 추천수14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예수 성심 대축일 -
사제, 피와 물의 의미를 살다




 

       얼마 전 누군가 사제관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신자분인지 알고 옷을 챙겨 입고 급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딱 보기에도 행려자인 분이 웃으며 서 계셨습니다. 자존심 때문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만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얼마가 필요하세요?”

, 저 위에 계시는 분이 주시는 대로...”

저는 잠깐 기다리라고 해 놓고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어 갔다드렸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주신다고 생각하니, 내가 줘도 고마워하지도 않겠군! ... 근데 계속 찾아오시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에 또 초인종을 누르기에 문을 열어보았더니 그 분이 또 와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천안에 15천만 원짜리 오토바이를 놓고 와서 가지러 가야 한다느니 하면서 이상한 말만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짜증난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얼마가 필요하세요?”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저는 이번에는 2만원을 꺼내 와서 드렸습니다. 자꾸 올수록 액수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여 앞으로는 오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새벽 5시에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물론 깨어있기는 하였지만, 새벽 5시에 찾아올 사람은 그 행려자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자꾸 그러다가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괴롭힐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몇 번 초인종이 울리더니 더 이상 울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시간을 좀 더 지체한 뒤에 나가보았더니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수녀님을 통해서 들어보니 저에게 안수를 받고서 좋아진 한 어르신 할머니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그 무거운 꿀이 든 항아리가 들어있는 상자를 새벽에 가져오셨다는 것입니다. 아마 급하게 어디 가셔야 해서 새벽에 오셔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절 만나지도 못하고 나무 사이에 숨겨놓고 가셔야만 했던 것입니다. 저는 그 분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제는 그리스도를 닮아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피와 물을 흘리셨다고 나오는데, 피는 인간이 줄 수 있는 모든 것, 즉 생명을 의미하고, 물은 하느님이 주실 수 있는 모든 것, 즉 하느님의 생명인 성령님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이란 우리를 위해 사람이면서 하느님이신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으시려는 사랑 자체입니다.

 

저의 지도 교수님도 그러한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보려고 실천하는 분이셨습니다. 다른 것은 다 믿어도 그 분이 사제관에 갈 곳이 없는 행려자와 실업자, 심지어는 알콜 중독자들과 함께 사신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신부님이 사시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신부님은 그런 사람들과 화장실까지 같이 사용하시고 계셨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을 본받는 사제가 되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가끔씩 찾아오는 행려자도 귀찮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화장실 5개가 있는 사제관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일곱 살 난 아들과 다섯 살짜리 딸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아빠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등산을 가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아들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응급수술을 받던 중 피가 필요했는데, 아들과 같은 혈액형은 딸뿐이었습니다. 다급한 아빠가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얘야 너 오빠에게 피를 좀 줄 수 있겠니?”

딸아이는 이 질문에 잠시 동안 무얼 생각하는 것 같더니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의사가 대성공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때까지 딸아이는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네 덕분에 오빠가 살게 되었어!”

아빠의 말을 들은 딸이 낮은 목소리로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 정말 기뻐요. 그런데... 나는 언제 죽게 되나요?”

아버지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죽다니. 네가 왜 죽는단 말이냐?”

피를 뽑으면 곧 죽게 되는 게 아닌가요?”

잠시 숙연한 침묵이 흐른 뒤 아빠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넌 죽을 줄 알면서 오빠에게 피를 주었단 말이냐?”

... 난 오빠가 제 대신 살기를 바랐거든요.”

 

사랑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도록 우리를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야 하는 사제인 저도 모든 것을 주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처음에 제자들도 예수님과 함께 목숨을 바치는 것이 두려워 다 피해 달아났지만, 결국에는 모두 순교의 잔은 마셨듯이 꾸준히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다보면 언젠가는 모두 줄 수 있는 사랑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신자분들을 위해 내 자신을 온전히 소진하려고 노력했는지 반성해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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