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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16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5 조회수839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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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루카 2,41-51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지금은 비록 희미하지만>

 

 

예수님께서 열두 살 되던 해 예루살렘 순례 끝에 벌어진 작은 사건은 예수님의 연대기 안에서 아주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복음사가들은 서른 살 이전 예수님의 거취에 대해 한결같이 깊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이곳에서 소년 예수님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시 과월절은 우리나라로 치면 설이나 추석만큼 큰 명절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을 경축하는 큰 축제였습니다. 이스라엘 성인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예루살렘 순례 길에 올랐습니다.

 

마리아와 요셉도 12살 소년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 순례에 참석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례 기간, 약간은 피곤했던 순례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첫째 날 저녁, 휴식을 취하려고 준비하던 마리아와 요셉은 소년 예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겠지요. 끔찍이도 예수님을 챙겨왔던 성모님은 울며불며 사방을 다니면서 예수님을 찾았겠지요.

 

그러나 그 어디도 없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의 머릿속에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올랐을 것입니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습니다. 식음도 잊은 채 이곳 저 곳 샅샅이 뒤지다가 드디어 어느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아냈습니다.

 

예수님을 되찾은 데서 온 기쁨도 컸겠지만 성모님의 마음은 분노로 이글거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소년 예수에게 묻습니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그 순간 성모님은 소년 예수의 평소 행실을 봐서,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잠시 한눈을 팔다보니 그랬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웬걸, 한 술 더 떴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성모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소년 예수님의 이 말씀 정말이지 속 터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마음이 분노로 이글거리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말이 맞습니다.

 

성모님을 향한 예수님의 이 말씀, 어떻게 보면 예의 없는 말, 이유 없이 반항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막가자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말씀은 심오한 진리, 큰 의미를 담은 중요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적인 혈육에 매인 분이 아니라 인류만민을 한 형제로 묶어야 할 큰 사명을 지니신 분이니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을 미리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이 작은 고을 나자렛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분이 아니라 더 큰 바다로, 온 세상 방방곡곡으로 나아가셔야 할 크신 분임을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마리아와 요셉의 품에 맡겨졌지만 사실 예수님은 그들이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인류 전체를 구원하기 위해 내어놓아야 할 존재, 하느님께 되돌려드려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씀이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인 것입니다.

 

지금은 소년 예수가 다시 나자렛으로 돌아가지만 그 귀향은 철저하게도 한시적인 귀향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때가 되면 마리아와 요셉은 아쉽고 안타깝지만 세상과 인류를 위해 내어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이해 못할 이 특별한 사건 앞에서 보여주신 성모님의 태도를 우리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루가 복음사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성모님께서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는 말은 바로 이런 기도를 바치셨다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아들 예수가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그가 제게 던진 말에 제 마음이 많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그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중요한 메시지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지금은 비록 희미하지만 계속 기도하면서 그 말씀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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