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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17일 야곱의 우물- 마르4,26-34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7 조회수417 추천수2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26예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27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28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29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30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32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33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34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시작기도

오소서 성령님, 성령의 인도를 따라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지혜를 저에게 허락하소서.

세밀한 독서(Lectio)

오늘 말씀은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마르 4,26)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30ㄴ절)라는 전제를 두며, ‘저절로 자라는 씨앗’과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전해줍니다.
‘땅에 뿌려놓은 씨’(26ㄷ절)와 ‘땅에 뿌릴 때의 겨자씨’(31ㄴ절)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 곧 복음을 전하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하느님 나라는 그 자체로서 역량과 위력을 지니고(27-28절. 31절) 확장하며 완성의 때를 이루어 갑니다.(29절.32절) 물론 씨앗을 땅에 뿌리는 사람은 풍성한 열매를 위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26ㄷ절) 그는 씨앗을 뿌린 후에 밭에도 나가보고, 김도 매어주고, 거름도 주며, 가뭄이 계속될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물을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뿌려놓은 씨앗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 것처럼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릅니다.”(27절) 농부의 지고한 수고가 있었다 해도 씨앗의 내밀한 성장 과정은 농부의 수고가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나라도 그 자체의 역동성에 의해 확장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씨앗을 뿌린 사람의 몫은 충실하게 모든 것을 행하고 인내롭게 때를 기다리는 데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마치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듯이 오래 기다린 끝에 “곡식이 익으면 곧 낫을 댑니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29절. 참조: 야고 5,7-8; 마태 25,13)

뿌려진 씨앗은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마르 4,28) 본시 ‘땅’이란 하느님께서 혼돈에서 질서를 세우시고 세상을 창조하시어 사람이 살게 하신 곳으로써 땅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창세 1장; 8,22 참조) 주인이신 그분께서 친히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주관하시고 섭리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인품과 언행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완성으로 나아갑니다. 농부가 이해를 하든지 못 하든지 관계없이 땅에 뿌려진 씨앗들이 저절로 자라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부여받은 제자들이 그것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느님 나라는 위력을 떨치며 강력히 작용하여 마침내 종말에는 엄청난 결과를 이룰 것입니다.(마르 4,11.13 참조)

그뿐 아니라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처럼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 작지만”, 일단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를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됩니다.”(32절. 참조: 에제 17,22-23) 겨자씨는 가장 작은 것의 상징이 됩니다.(마태 17,20; 루카 17,6 참조) 그런데 그 작은 씨앗이 자라서 큰 가지를 뻗고 새가 깃들이게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행적을 통해 확대 발전해 가는 하느님 나라의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비록 빈약하고 왜소하게 시작된다 해도 그 자체의 역량을 가지고 확장되는 것이 하느님 나라이며, 또한 하느님의 통치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의 ‘큰 가지와 넓은 그늘’은 그 누구나 찾아가 안식을 얻고 쉴 수 있는 자리, 초대된 자리입니다.(마태 11,28-30 참조)

마르코복음에만 나오는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4,26-29)는 파종에서 수확으로 그려지는 하느님 나라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의 신비와 비밀스러운 힘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추수와 함께 심판을 표상하는 ‘낫’은 우리한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요?(요엘 4,13; 묵시 14,15 참조) 제2독서의 말씀처럼, ‘낫’과 함께 우리가 경계해야 할 묵은 누룩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전前문맥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20)를 본문에 앞서 전하며 제자들한테 따로 풀이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34절)

묵상(Meditatio)

제 마음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저의 뜻만을 성취하려는 나의 나라도 있습니다. 제 의지를 넘어 두 나라는 그 자체의 역동성을 가지고 확장해 나가는데 ‘하느님 나라’는 큰 가지를 뻗어 누군가의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나의 나라’는 저 자신만을 위한 영역을 넓혀가려 합니다. 시작은 함께 이루어지지만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하느님의 나라와 육의 행실을 따르는 나의 나라는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다를 것입니다.(갈라 5,16-26 참조) 오늘 제 안에 말씀의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어떤 수확을 위한 것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기도(Oratio)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시편 1,2-3)

 

반명순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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