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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무면허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8 조회수904 추천수16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 무면허

 


 

인도의 어느 지방에서 네 사람의 상인이 똑같이 돈을 투자하여 구입한 목화를 창고에 쌓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창고는 쥐가 많아 목화를 상하게 하므로 고양이 한 마리를 사 놓되 고양이 값을 4등분하여 지불하고 각자 고양이 다리 하나씩을 맡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가 왼쪽 다리를 다치게 되어 그 다리의 주인이 기름 묻은 붕대를 감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난로에 너무 가까이 있다가 붕대에 불이 붙게 되었고, 심하게 뛰어다니다 결국엔 목화더미를 불태우고 말았습니다. 세 사람의 상인은 붕대를 감은 다리의 주인을 고소하였습니다. 붕대 감은 다리 때문에 불이 난 것이니 그 다리 주인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판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붕대를 감은 다리에 불이 붙었을 때 나머지 세 다리가 움직였기 때문에 목화더미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 세 다리의 주인이 배상해야한다.”

이 예화는 사람들이 서로 남의 탓을 하지만, 실상 남의 탓이 확실한 때라고 판단이 들 때도 실제로는 자신의 탓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운전습관 중 저를 가장 열 받게 하는 것은 추월차선으로 천천히 가는 차들입니다. 추월을 하려면 왼쪽차선으로 해야 옳은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오른쪽으로 추월을 하는 편이 속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왼쪽도 오른쪽도 천천히 가면서 길을 막아버리면 저같이 성질 급한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차를 뒤로 바짝 붙여도 그런 분들은 앞만 보며 운전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칠순이 넘으신 어떤 자매님의 차를 타고 어디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자매님이 바로 그러한 운전습관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매우 천천히 운전하시지만 거의 항상 일 차선을 고집하셨습니다. 제가 뒤에 오다가 오른쪽으로 추월하는 차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칠순이 넘어 운전하는 것도 대단한데 거기다 운전습관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할 이런 운전자들을 탓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과연 다른 사람을 탓할 수는 있는 걸까요? 요즘은 교통사고가 나면 거의 쌍방과실로 난다고 합니다. 누가 조금 더 잘했고 잘못했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골목에서 나오는 자동차에 받힌 적이 있습니다. 저는 큰 길이었고 옆에서 나오다가 저를 친 것이기 때문에 누가 봐도 차를 몬 사람의 잘못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에는 건장한 건달들이 그러나 저는 그 사람에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면허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누구도 남을 심판할 수 있는 면허가 없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나는 상대를 심판할 처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원수가 있었을까요? 없었습니다. 원수는 내가 남을 판단할 때 생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떤 누구에게도 원한을 품지 않았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기 이전에 나에게 원수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원수가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남을 미워하게 된 모든 것 안에는 반드시 나의 탓도 들어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 탓이요!’ 하면서 남을 원수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남을 심판할 자격증은 하느님만이 가지고 계심을 명심합시다. 우리는 어떤 큰 사고를 당해도 남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증이 없습니다. 사고가 났는데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상대방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남의 탓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항상 나의 잘못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원수는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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