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컴퓨터와의 전쟁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9 조회수561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2 가객여운(佳客如雲)

컴퓨터와의 전쟁
내가 컴퓨터를 처음 구입한 것은 1992년이니 햇수로는 제법 여 러 해가 된다. 그러나 사용 방법을 몰라 한글 타자 연습만 몇 번 하 다가 안식년을 핑계로 그 비싼(?) 것을 신학생에게 그냥 넘겨 주어 버렸다. 컴퓨터가 꼭 필요한 것인 줄은 알면서도 왠지 나는 기계 만진다는 것에 별 취미가 없었다. 그러나 안식년 후에 콤퓨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그래서 새롭게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그때부터 는 서투르나마 각종 원고를 컴퓨터로 쓰기 시작했다. 그때 원고 초 안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A4 용지에 글을 깨끗하게 빼낼 때의 기쁨 은 실로 '감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는 컴퓨터에 대해 더 이상을 원치 않았는데 나중엔 불편함이 좀 생겼다. 글을 쓸 때는 가끔 그림을 넣고 싶을 때가 있고 또 표를 만들 때 가 있는가 하면, 저쪽 글을 이쪽으로 옮기고 또 이쪽 것을 저쪽으 로 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 재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해낼 재 간이 없었다. 나중엔 책도 샀지만, 그러나 아무리 쳐다보며 궁리를 해도 그 방법을 몰랐으며 또 책 내용이 눈에 좀처럼 들어오지도 않 았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가, 신부님께서 꼭 필요하다면서 노트북을 하나 사줬는데 그게 내 손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나를 더 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사용 방법을 알아야 유용하게 쓰 겠는데 어떻게 열고 닫아야 할 줄도 모르니,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도 결국은 스트레스였다. 결국 혼자서 끙끙 앓다가 나중에는 '무지개 가족' 을 찾아갔다.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에는 '무지개 가족' 이라는 작은 공동체 가 있는데 거기에는 벨기에 신부님이 장애자 20명과 함께 살면서 컴퓨터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계셨다. 뿐만 아니라 장애자들에 게도 컴퓨터를 가르쳐 그들 스스로가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 주 곤 하시는데 소록도에서 몇 번 만난 인연으로 그리로 달려가 도움 을 청한 것이다. 내가 나이 쉰다섯이 넘어 수영을 배운 것도 순전히 그분을 통해 서였다. 그분에게는 뭔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기필코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있으셨다. 그러니까 신체 장애로 인해 자신에 대해 희 망을 못 갖는 장애자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 주실 뿐만 아니라 교 회에서는 거의 손을 못 대는 컴퓨터의 개발에도 혼자 자비를 들여 가며 애를 쓰고 계셨다. 내게 선생으로 배정된 자매도 역시 장애자였다. 그녀도 한때는 국가 대표 체조 선수였으나 목 부상으로 사지마비가 돼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우연히 무지개 가족에 들어와서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고, 그리고 이젠 자립하여 콜택시 안내를 하며 다른 초보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데 그에 대해서는 제법 노하우가 쌓인 자매였다. 공부라는 것이 그랬다. 선생 앞에서 배울 때는 금방 뭘 좀 아는 것 같다가도 방에 돌아와 혼자 복습하려 하면 갑자기 머리가 콱 막 혀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럼 당황해서 여기저길 닥치는 대로 막 누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컴퓨터에 계속 오류만 생겨 나중에는 혼자서 만들고 쌓아 놓은 스트레스 때문에 급기야 는 아예 노트북을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도 생기게 된다. 한번은 너무 화가 나서 복습도 안하고 가만 누워 있자니 별별 오 만 가지 생각이 다 나는 것이었다. 소록도의 귀중한 시간을 다 팽 개치고 예까지 달려온 결과가 이 모양인가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 스러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코 화를 낼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가 내게 잘못한 일도 없고 또 누가 나를 괴롭힌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지금까지 살아 온 모든 부분들이 바로 그 런 식이었다는 반성이었다. 이를테면, 나름대로는 열심히 노력하 면서도 일을 너무 성급하게 서둘고 또 내 식대로만 고집하기 때문 에 결국 주님 안에 자주 머물지 못하고 밖에서만 빙빙 돌았다는 사 실이 었다. 다시 말해, 쥐뿔도 잘난 것이 없으면서 내가 너무 잘났 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는데, 이젠 어제 틀린 것을 오 늘 다시 틀린다 해도 조금도 슬퍼하지 않으며, 언제고 내가 컴퓨터 안에 내장된 작은 방 한 칸만이라도 들어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만 은 버리지 않고 얌전하게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열흘만에 다시 소록도로 돌아왔을 때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문이 열 려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수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