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 먼 일이라요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20 조회수572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2 가객여운(佳客如雲)

"예수님, 먼 일이라요?"
어떤 본당에 피정 강론하러 갔다가 성당 마당에서 신자들과 잠 시 환담을 나눌 때의 일이었다. 웬 작달막한 자매가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두리번거리는 듯 하더니 갑자기 안면을 도리 면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강길웅 신부님이 누구여?" 남자라고는 그 자리에 나 혼자였고 게다가 난 사제 복장을 단정 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누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 을 텐데 그녀는 시침을 떼고 딴전을 부리듯이 그렇게 능청을 떨었 다. "이분이 겨!" 한 자매가 나를 가리키며 순진하게 대답하자 그녀는 어디 한번 심사를 해 보겠다는 듯이 눈을 이쪽저쪽으로 뜨면서 내 키를 재 보 더니만 고개를 흔들면서 내뱉듯이 말했다. "생각보다 쪼깐하구만!" 보자보자 하고 듣자듣자 하니까 참으로 기찰 여자였다. 나이래 야 서른다섯에서 이쪽저쪽일 텐데 숫제 반말 비슷하게 낮추면서 사람을 깔아뭉게는 듯이 자존심을 건드리는데 이건 애교도 뭐도 아니고 일종의 시비요 선전포고였다. "하이고오! 자기는 어떻고 --- !" 나도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응수를 하며 대들었으나, 우리는 금 방 악수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살다 보니 별 여자가 다 있었다. 진짜 쪼깐한 여자가 얼마나 당찬지 입만 가지고도 남자를 여럿 잡아먹고도(?) 남을 여자였다! 어쨌거나 나는 키 때문에 가끔 당 한다(?). 언젠가 수녀님들과 가정방문을 할 때의 일이었다. 어떤 자매가 앨범을 꺼내며 전에 계셨던 수녀님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 주기에 나는 무심코 "그때는 수녀님들이 예쁘기도 하셨구나!" 하면서 복 없는 내 신세를 은근히 한탄했더니, 원장 수녀님이 갑자기 도끼눈 을 뜨더니만 어디 보자는 식으로 입을 비쭉거렸다. 드디어 수녀님이 자매의 앨범을 빼앗아 여기저기 뒤적이더니만 드디어 그 자매의 영세 사진을 찾아냈다. 그리고 날보고 들으라는 듯이 기어이 한마디 하셨다. "그때 신부님은 키도 참 크셨구나. 남 자는 그저 키가 커야 해!" 사진에선 신부님이 앉아 계셨는데도 수 녀님은 그렇게 탄성을 질렀다. 일종의 복수요 앙갚음이었다. 왜 또 그 대목에서 '키' 얘기가 나오는지, 숫제 딴전을 피우며 고소하다는 표정이 원장 수녀님을 볼 때 머리에 얼핏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그 수녀님은 키만 작을 뿐 아니라 배까지 나온 뚱뚱 이 였다. 그래서 뭐라고 한마디 더 할까 하다가 참는 자가 복이 있 다는 말 때문에 그냥 입 다물고 말았다. 사실, 수녀님들 비위를 건 드려서 이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좌우간 나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았다. 아버지는 크셨지만 어머 니가 작으셨던 탓으로 일곱 자녀 중에서 아버지의 키를 넘는 자식 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작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키가 161센티미터였는데 사범학교를 졸 업하고 선생으로 나갈 때는 162센티미터밖에 되질 않았다. 4년 동안에 겨우 1센티미터 컸기 때문에 친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키 가 졸아든다" 라고 농담들을 했는데 사실이 그랬다. 그들은 부쩍 부쩍 크고 있었고 나는 올 스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는 내가 점점 작게 보였던 것이다. 복장이 터질 일이었다. 한때는 '신장기' 라는 것이 있었다. 신문 광고에 의하면 6개월에 5~10센티미터씩 큰다고 해서 그 말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1960년대 초의 일이었다. 나도 봉급을 타고 있었기에 당 장 사고 싶었지만 워낙 빚이 많았던 형편이라 감히 부모님께 말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선생을 한다고 해도 자취 살값만 빼고는 부 모님께 다 드렸기 때문에 나는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값은 불과 천이백 원이었는데 사실 어머니도 그 돈을 어디서 빼 낼 재간이 없으셨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어려웠었다. 1962 년도에 발령을 받아 섬마을 선생을 하면서 한 달 용돈이 단돈 백원 이었으며 십 년 동안 양복 한 번 입어 본 일이 없었다. 시계도 1969년도에 가서야 중고 시계를 월부로 살 수 있었다. 지금 생각 하면 옛날 얘기처럼 여겨진다. 어쨌거나 그때의 신장기는 말 그대로 광고뿐이었다. 그래도 젊 었던 내 가슴엔 천추의 한이 되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짜리몽땅!" 이젠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도 누가 '키' 얘기를 하면 자존심부 터 상하면서 오장이 뒤집혀질 때가 있다. 그리고 엊그제 운동구점 에서 슬그머니 키를 재 보았더니 아무리 용을 써도 161센티미터 에도 미달이었다! 키가 정말 졸아들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별일 이 었다. "예수님, 먼 일이라요?"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