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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의 사람 - 6.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21 조회수478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2.6.21 목요일 성 알로이시오 수도자(1568-1591)기념일

 

집회48,1-14 마태6,7-15

 

 

 

 

 





기도의 사람

 

 

 

 

 



‘살기위하여’ 기도입니다.

하느님이 보는 것과 사람이 보는 것은 다릅니다.


하느님은 학식 많은 박사보다는 기도하는 겸손한 사람을 쓰십니다.

하여 하느님의 생각을, 하느님의 길을 잘 깨닫기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님의 소탈하고 겸손하신 인품에 감동했습니다.

지난 새벽 뜻밖에 대주교님의 이메일 편지를 받았습니다.

 



-보내주신 수도회 규칙과 분도성인전을 잘 받아보았습니다.

신부님의 강론을 매일 봅니다.

고맙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나누어 주셔서.

가물어서 어떤지요.

배 밭 봉지 싸는 일은 끝나가는 지요?

매일 기도일과에 열심이신 수사님들 생각하며

그 리듬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명동에서. 염수정 드림-

 


주교님의 단순하고 겸손하신 인품이 그대로 배어있는 짧은 편지입니다.

끝부분의 호칭을 생략한 ‘염수정 드림’이라는 글귀가 겸손의 절정입니다.


수도원 피정 동안도 수도생활 리듬에 따라 충실하시며

여가 시간도 늘 묵주를 손에 들고 끊임없이 기도하신 기도의 사람,

염수정 대주교님이셨습니다.


깨달음처럼 문득 떠오른 생각입니다.

 



“아, 교회장상들 위로 올라갈수록 참 고독(孤獨)하겠다.

  점점 자기는 없어져 무아(無我)가 되겠구나.”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주님과의 친교로 풍요로운 고독이 되기 위한 기도요

무아가 은총으로 텅 빈 충만이 되기 위한 기도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일치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기도일과에 열심이신 수사님들’이란 대목에서 떠오른

얼마 전 사진작가 황석선님과의 대화입니다.


수도원 25주년을 맞이하여 사진첩을 만들기 위해

촬영한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깨끗하다’

‘환상이 없다’

‘꾸밈이 없다’

‘편안하다’

‘자연스럽다’

‘맑다’

‘아름답다’ 등 독자들의 본질을 꿰뚫는 눈이 참 예리했습니다.



이어 작가의 다음 말이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수사님들은 마치 ‘위대한 침묵’이란 영화에 나오는 수도승들처럼

  한분 한분마다 고유한 아우라가 있어요.”

 


퍽 고무적인 격려의 말이었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의 열매가 바로 아우라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진작가의 예리한 눈에 포착된 아우라입니다.



만들 수 없는, 끊임없는 기도로 주님을 닮아갈 때

저절로 하사되는 아우라임을 깨닫습니다.

 


“피사체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피사체에 대한 사랑 있을 때 포착되는 영감 넘치는 장면입니다.”

 


이 말도 잊지 못합니다.


사진작가의 길 역시 사랑밖엔 길이 없는 구도자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그대로 기도의 사람인 우리 수도승들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피사체에 대한 사랑 있어 좋은 사진이듯,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항구한 기도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노하우인 주님의 기도를 통째로 전수해 주십니다.


마치 1독서의 기도의 사람,

엘리야 예언자가 엘리사에게 자신의 풍부한 영을 전달해 주었듯이

당신 삶이 압축 요약되어 있는 기도를 우리에게 선사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인 주님의 기도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우리가 필요한 것을 다 알고 계시니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 하십니다.



분도 성인 역시 특별한 영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기도는 짧고 순수해야 한다 하십니다.



주님을 닮는 지름길은 주님의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며

그 기도대로 사는 것입니다.



기도가 삶의 꼴을 형성하게 되고 마침내 존재 자체가 기도가 될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에 항구할 때의 주님을 닮아 형성되는 다음과 같은 삶입니다.

 




첫째, 단순한 삶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어 복잡하고 혼란한 삶입니다.

두려움과 불안도 끊이지 않습니다.

하느님 중심을 잃었기 때문이요, 중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이 가리키는

아버지의 중심 안에 정주하여 깊이 뿌리 내릴 때

안정과 평화요 단순하고 소박한 삶입니다.

 




둘째, 본질적인 삶입니다.


일용한 양식, 잘못의 용서, 유혹에 빠지지 않음, 악에 구해달라는 청원

모두가 본질적입니다.

환상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삶을 살게 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 유혹과 악에 빠져

부수적인 환상적인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지요.

끊임없이 바치는 주님의 기도가

삶의 거품을 걷어내 본질적인 삶을 살게 합니다.

 




셋째,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단순하고 본질적인 삶을 사니 저절로 주님을 닮아

자유로운 삶에 아름다운 삶입니다.

불필요한 세상 것들에 얽매인 삶이 아니라

충만한 존재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주님의 기도를 실현시켜 주시고

또 오늘 하루도 주님의 기도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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