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2 가객여운(佳客如雲)
"예수님, 약 좀 없을까요?"
나주시에서 버스를 타고 노안이라는 시골 성당을 방문할 때의
일이었다. 그 날은 마침 나주 장날이어서 완행버스는 장꾼들로 붐
볐고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도 여럿 있어서 승객들을 아주 곤혹스
럽게 했다. 얼마쯤 지난 뒤였다.
버스 뒤편에서 영감님들의 언성이 차츰 높아지더니만 드디어 말
투가 거칠어지면서 서로 싸우고 계셨는데 그분들이 서로 우기고
주장하는 내용은 "육군 중사의 계급장이 갈매기 밑에 작대기가 세
개냐, 또는 네 개냐?" 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서
로 상대를 비난하고 욕을 하더니만 나중에는 지팡이로 한쪽을 살
짝 민 것이 상대의 코를 다치게 되어 고소를 하느니 어쩌니 생난리
를 피웠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후에 내렸는데 두 분은 한 마을에
사는 절친한 친구들이라고 했다.
한 떼의 사람들이 내리고 버스 안이 조용해지자 웬 젊은이가 내
옆에 앉으면서 자기는 모 교회의 전도사라고 밝히더니만 시비(?)
를 걸기 시작했다.
"미국의 아무개 신부를 아십니까?"
"-----"
전혀 생소한 이름이라 모른다고 대답하자, 그 신부가 얼마 전에
자기 교파로 개종했다면서 자랑을 하기에 난 도대체 뭔 말인지를
몰라 잠자코 있으려니까 그가 또 쑤셔 대기 시작했다.
"아무개 교황을 아십니까?"
"-----"
이름은 들은 기억이 있지만 그러나 잘 모르는 분이기에 내가 고
개를 흔들자 다시 또 사람의 오장을 확 뒤집어 놓는 것이다.
"내가 한마디 하면 천주교는 얼굴도 못 듭니다."
참으로 공갈이요 협박이었으며 어떻게 대화할 수 없는 암담한
절벽이었다. 세상이 참으로 묘해져 버렸다.
"예수님, 약 좀 없을까요?"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