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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에 대한 묵상 - 6.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30 조회수447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2.6.30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애가2,2.10-14.18-19 마태8,5-17

 

 

 

 

 





‘몸’에 대한 묵상

 

 

 

 

 



오늘은 ‘몸’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마음이 이상이라면 몸은 현실입니다.

몸이 있기에 시간과 공간에 매여 살 수 뿐이 없습니다.

 


감옥 같기도 하고 짐 같기도 한 몸입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본 소재가 몸입니다.

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깊어지면서

몸을 지닌 인간에 대한 연민도 깊어집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

그러나 가장 잘 잊고 지내는 것이 몸입니다.


하여 옛 현인들은 우선적으로 수신(修身)에 올인(all-in)했습니다.

 



감사받기로 하면 가장 많이 감사받아야 할 몸입니다.

어제 본원에 갔을 때도

우선적인 인사가 눈으로 보이는 몸에 관계된 것이었습니다.

코 밑에 감기와 과로로 약간 헐었는데

모두 웬일로 그렇게 됐느냐고 우선적 안부가 코 밑의 작은 반점이었습니다.


참 대답하기가 미묘해 웃음으로 답했습니다만

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귀원하자마자 따뜻한 물에 샤워하니

찌뿌듯하던 몸이 그렇게 상쾌하고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행복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몸의 행복, 몸의 기쁨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영적 기쁨에 열을 올리다가도

몸이 고통스러우면 삶이 온통 고통스러움으로 가득 차는 느낌입니다.


계속되는 가뭄에 한 형제의

‘너무 가물으니 몸도 가뭄을 타는 듯 피곤하고 메마른 느낌입니다.’라는

말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문득 생각난 게 중요한 한 글자의 말입니다.

‘땅’ ‘일’ ‘돈’ ‘집’ ‘밥’ ‘물’ ‘불’입니다.

무엇하나 빠져도 살 수 없는 약한 인간입니다.


이 한 글자의 말들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몸’입니다.


사람은 몸입니다.

사람인 몸이

땅에서 돈을 벌어 밥을 먹고 집에서 살기위해 일을 해야 합니다.


밥을 짓고 집을 덥히기 위해 불인 에너지가 필요하며

몸이 마시는 데나 몸을 닦는 데나 물은 필수입니다.


세상을 보십시오.

병원, 약국, 음식점, 목욕탕, 헬스장 등 온통 몸에 관계된 것들이며

몸들에 쓰여 지는 비용은 천문학적입니다.

 


몸이 전부가 된, 철저히 몸이 우상이 된 현실입니다.



몸의 현실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몸이 절대가 되면 몸에 갇혀 아무것도 못합니다.



오늘 복음이 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일깨웁니다.


예수님은 절대로 몸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몸만 본 게 아니라 몸의 영혼과도 같은 말씀을 봤습니다.

하여 우리는 예수님을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이라 고백합니다.


몸의 본질은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밤부터 내린 단 비에 가뭄은 완전 해갈되어

땅과 초목들은 춤추며 노래합니다.


말 그대로 물은 생명임을, 생명수인 물임을 깨닫습니다.

 


‘가련한 이들의 생명을 끝내 잊지 마소서.’

화답송 후렴대로 하느님은 가련한 이들의 생명을 기억하시어

단비를 내려주셨습니다.



오늘 복음 장면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대로 극심한 가뭄 중에 몸들을 상징합니다.


제대로 된 몸들이 없고 가뭄에 병들고 시들어 가는 몸들입니다.

예나 이제나 인간 몸의 현실을 그대로 같습니다.


백인대장은 몸 너머 말씀의 효능을 직관한 현자임이 분명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생명수의 단비에 살아나는 가뭄 중의 초목들처럼,

생명수의 단비 같은 말씀에 살아나는 가뭄 중에 병든 몸들입니다.


백인대장의 믿음에 감탄하신 주님은 능력의 말씀으로

그 종의 중풍병을 치유해 주심으로 몸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니다.

 


“가거라.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몸의 치유와 건강회복에 말씀의 역할이 잘 들어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악령들을 쫓아내시고,

 앓는 사람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말씀을 통한 악령 추방이요 몸의 치유입니다.

말씀 중심의 몸일 때 온전한 몸임을 깨닫습니다.


말씀이 빠진 몸은 그대로 환상이며 우상이 됩니다.

말씀의 눈이 없으면 몸은 맹목적이 될 수뿐이 없습니다.



말씀 중심의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디를 가든 참 주인이 되어라)의 삶을 살 때

시간과 공간은 문제가 안 됩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의 현존인 말씀 안에 머물 때

심신의 건강이요 시공 안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살 수 있습니다.

 



말씀 중심의 몸이요 삶일 때 거짓 예언자들에 유혹되지 않습니다.

 


“너의 예언자들이 네게 환시를 전하였지만.

  그것은 거짓과 사기였을 뿐.

  저들이 네 운명을 돌리려고 너의 죄악을 드러내지는 않으면서,

  네게 예언한 신탁은 거짓과 오도였을 뿐.”

 



애가에 나오는 탄식처럼 말씀 중심의 삶이 되지 않으면

세상의 온갖 거짓 예언자들의 감언이설에 유혹될 수 있습니다.



말씀 중심의 삶에 마음을 물처럼 쏟는 기도가 몸을 살립니다.



극심한 마음 가뭄에 허덕이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께 소리 질러라.

  …낮에도 밤에도 눈물을 시내처럼 흘려라.

  너는 휴식을 하지 말고, 네 눈동자도 쉬지 마라.

  …주님 면전에 네 마음을 물처럼 쏟아 놓아라.”

 




주님은 매일의 미사를 통해

당신의 거룩한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 몸을 말끔히 치유해주시고 말씀 중심의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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