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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1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1 조회수682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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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 마르코 5,21-43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저는 티끌이며 먼지였습니다.>

 

 

    때로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너무나 덧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지고 질긴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하지만, 때로 파리 목숨과도 같은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병고나 난 데 없는 환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끔찍한 죽음은 나이에 상관없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우리 삶의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다가온 크나큰 시련 앞에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 형태입니다.

 

    먼저 강하게 반발하는 형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암담한 현실을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거부합니다. 억울하고 분해서 밤잠을 못 이룹니다. 길길이 뜁니다. 하느님을 원망 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충격적인 상황 앞에 크게 기가 한풀 꺾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지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건을 통해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부, 명예, 자리, 지식... 그 모든 것들이 하느님 앞에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하느님께서 거두어가시면 그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구나, 하며 순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윽고, ‘이제야 제가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님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티끌이며 먼지였습니다.’ 라고 고백하며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그랬습니다.

 

    그는 회당장이라는 직책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꽤나 잘 나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별로 아쉬울 것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누구에게 무릎 꿇을 일이 전혀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난 데 없이 다가온 충격적인 사건 앞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어린 딸이 갑작스럽게 죽음 앞에 선 것입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간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었는데, 세상만사가 다 내 뜻대로 돌아가는 줄 알았었는데, 크게 한번 날개가 꺾인 것입니다.

 

    극진히 사랑하는 딸이 저리 죽어 가는 데도 아버지란 사람이 그냥 손을 놓고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아무런 방법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하고 또 비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살만큼 산 나를 데려가시지. 차라리 내가 딸 대신 아팠더라면!”

 

    결국 회당장 야이로는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로구나’,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 일도 다 있구나’를 깨달은 그는 겸손하게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회당장 야이로의 내면 안에서는 급격한 회심의 작업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너무나 깊고 커서 좁은 우리 인간들의 안목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상처나 고통 앞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는 일입니다. 그 어떤 이해하지 못할 열악한 상황 앞에서도 긍정적 측면을 찾아나가는 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하느님의 뜻을 찾는 사람들, 고통이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느님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질 하느님의 자비는 필설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풍성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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