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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관계의 거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1 조회수822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 관계의 거리

 


 

제가 아는 한 신부님은 유학할 때 여자를 알게 되어서 결국 사제의 옷을 벗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헤어져서 따로 살고 계십니다. 함께 살다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관계가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당신께 너무 가까이 다가오려는 사람에게 조금 거리를 두십니다. 이 사람은 갑자기 열이 올라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다니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러다가 금방 사그라질 그런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처지가 머리 뉘일 곳도 없는 사람임을 확실히 하셔서 조금 더 차근차근 생각해보고 다가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물불 안 가리는 사람은 그렇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떠나가기 십상입니다.

또 한 사람은 예수님께서 더 가까이 두고 싶으시지만 뜨뜻미지근해서 계속 세상과 예수님을 저울질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고는 싶으나 사람들로부터 불효자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장례도 치르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는 그런 것 다 집어치우고 당신을 따르라고 잡아당기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뜨뜻미지근한 관계로 남게 될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너무 가까이도 하지 말고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라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관계를 유지시키는 기본거리입니다. 그런데 이 거리를 무시해서 서로 불이 붙어 결국 다 타 버리거나, 혹은 너무 멀어져서 냉랭해지게 됩니다.

이 말은 중간에 있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마치 태양계의 별들이 태양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혹은 태양계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도는 것과 같습니다. 이 힘의 균형이 깨지면 관계도 깨지게 되어있습니다.

지구가 바로 이런 균형 감각을 지닌 대표적인 별입니다. 태양으로부터 조금 더 멀어지면 너무 추워져 아무도 못 살게 되고 너무 가까워지면 더워서 못 살게 됩니다. 이 거리가 모든 이들의 관계에서 존중되어져야 할 합당한 거리입니다.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거리인 것입니다.

저에게도 몇 년 전에 매우 가까이 다가오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인데 확 타올랐다가 확 식어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또 아주 오래 관계가 유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신 예나지금이나 서로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만나면 만나고 안 만나면 그만인 관계의 사람들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진정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멀어져가는 사람들에게 굳이 내 자리를 떠나 가까이 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 하룻밤 잠을 잘 때 50번 이상이나 뒤척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데 어린아이는 종종 떨어지곤 합니다. 어른들은 뒤척일 때 한 번은 오른쪽, 다음엔 왼쪽으로 뒤척이지만 아이들은 한 방향으로 계속 뒤척여 침대에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해서 균형을 이루는데 비해 어린아이는 균형 감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 성숙해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균형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모든 관계는 이런 힘의 균형 속에서 형성됩니다. 초대교회 영지주의 이단은 육은 더럽고 악하며, 영은 깨끗하고 좋다고 했습니다. 또 유물론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사람은 보이는 물질에 의해 좌우된다고 육체만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두 극단은 하느님이시면서도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균형 감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치 모세가 본 떨기나무가 그 나무와 불이 서로를 태우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있는 것을 보았듯이,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그렇게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일치입니다. 우리의 영혼과 육체, 남자와 여자, 하느님과 나, 사제와 신자 등의 모든 관계는 이 힘의 균형이 만드는 관계의 거리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중용이란 말이 항상 가운데는 아닙니다. 긴 막대를 손가락으로 떠받칠 때 왔다 갔다 하는 힘의 균형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관계에서 이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분이셨고, 이것은 우리들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 균형이 깨어질 때 관계도 깨어지게 됩니다. 기찻길이 영원히 기찻길이 되려면 더 이상 좁혀지지도 또 넓어지지도 않는 항상 일정한 둘 간의 거리가 있어야합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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