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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4일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4 조회수916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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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연중 제13주간 수요일-마태오 8,28-34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언젠가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으스름한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산보에 나섰습니다. 무심코 다다르게 된 한 장소에는 ‘장묘사업소’라는 안내 팻말이 붙어있더군요. 호기심이 발동해 팻말을 따라가 보니 점점 깊은 산중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어둡고 캄캄한 산길을 오르는데, 왠지 모를 이상한 기운과 더불어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순간 머리끝이 섰습니다. 마침내 도달한 정문, 안으로 들여다보니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었습니다.


    올라가면서 이런 곳에서 야간경비를 서시는 분이 계실까, 궁금증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무덤가에서 거처하던 마귀 들린 두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왜 하필 무덤가에서 살았을까요? 어떻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덤가에서 잠을 잘 생각을 했을까요?


    일반적으로 무덤은 인적이 드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이야기합니까? 마귀 들린 두 사람은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세상 사람들은 마귀 들린 사람들을 철저하게도 외면하고 배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귀 들린 사람, 그래서 무덤가에 거처를 둔 사람의 몰골을 한번 떠올려보십시오. 마귀에 시달리느라 외모에 신경이나 쓸 수 있었겠습니까? 가꾸지 않은 꾀죄죄한 얼굴, 산발한 머리, 빨갛게 충혈된 눈, 마귀가 활동할 때 마다 끔찍한 고통에 괴성을 질러댔을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대상 1호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철저하게도 인간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몇 가지 기본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식에 대한 욕구, 지식축척에 대한 욕구,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어딘가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떤 공동체에도 소속되지 못했습니다. 가정도 그들을 버렸습니다. 교회도 그들을 단죄했습니다. 사회는 그들을 죽은 사람으로 봤습니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해 철저한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던 그들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자비의 손길을 펼치시어 그들을 일으켜 세우십니다. 우선 당장 사랑 자체이신 예수님 당신의 품안으로 편입시키십니다. 우선 당장 당신 성삼위의 공동체에 이름을 올려주십니다.


    이처럼 우리의 하느님은 이 세상 어딜 가도 받아주는 곳 한 곳 없는 왕따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이처럼 우리의 예수님은 인간대접 못 받는 사람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우리 역시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받아들여주지 않습니다. 다들 혀를 내두르며 우리를 피해갑니다.


    그런 순간이 왔다고 해서 우리 인생이 끝난 것이 절대로 아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인간세상에서 철저하게도 소외된 우리라할지라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받아들여주십니다. 아무리 우리 몰골이 형편없다 할지라도, 아무리 우리가 망가진 인생을 살아왔다 할지라도 예수님만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당신 사랑의 공동체로 받아들여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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