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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당신부와 본당수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4 조회수971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본당신부와 본당수녀
수도원에서 강의할 때는 항상 미요한 감정이 인다. 본당에서 성직자와 수도자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대립 때문이다. 많은 수녀님들은 신부님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많은 신부님들은 수녀 님들에게 불편을 느낀다. 나 자신도 지금까지 몇 군데 본당을 돌면서 수녀님과 늘 좋은 관계를 맺어온 것은 아니다. 그러니 수녀님들 앞에서 교회 이야기를 할 때면 저절로 망설여진다. 본당에서 수녀님들과 함께 일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를 '사목'에 대한 이해에서 찾고 싶다. 이것은 동료 신부들이나 점점 권위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교회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 지이다. 모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를 인용하면 서 사목을 강조하지만 사목에 대한 이해는 사뭇 다르다. 본당에 부임할 때 본당 회장으로부터 처음 듣는 이야기는 대 개 "신부님의 사목 방침은 무엇입니까? 잘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신부는 사목을 하고 본당 신도들은 본당 신부의 사목을 돕는 것이다. 수녀님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본당 수녀님의 일 역시 본당신부의 사목을 돕는 것이다. 사목에 대한 이런 이해에 따르면 사목은 사목의 주체인 신부가 사목의 대상 인 신자들에게 봉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목에 대한 이런 관점을 수정 했다. 신부는 사목의 주체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목의 대상이며, 신자들도 사목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목의 주체이다. 말하자면 사목은 신부가 신자에게 봉사하는 일을 넘 어 신부를 포함한 모든 신자가 온 인류에게 공동으로 봉사하는 일이다.('공동사목'은 한 본당에서 여러 신부들이 집단적으로 사목하는 차원을 넘어 신부와 신부 아닌 신자들이 공동으로 인 류에게 봉사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사회 사 목'(농어촌 사목, 여성 사목, 교정 사목 등등)을 생각해보라. 이 런 사목은 신자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사목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본당에서 신자들은 사목방침이 각기 다른 신부들의 기분 맞추기에 정신이 없다. 신부가 하는 일이 곧 사목으로 이 해되고 있기에 신부들의 성질에 따라 '사목방침'도 다를 뿐더러 (실제적으로는 사목방침이 다른 것이 아니라 본당 신부들의 사 고와 삶의 양상이 다른 것이다.) 심지어 신부의 성질과 개인적 생활방식이 그대로 사목방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신부가 부 임하자마자 성당을 이리저리 뜯어고쳐도 신자들은 이에 대해 군말을 해서는 안 되고 그 일을 돕지 않으면 신부의 사목을 방 해하는 것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신부와 신자들이 함께 본당의 사목계획을 짜기란 어렵고 또 신부의 마음에 따라 그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자연히 신 자들은 신부의 눈치 보기에 바쁘고 본당 일에 수동적으로 임하 게 된다. 신자들은 신부가 시키는 범위 안에서만 일하게 되고 '공동 사목'은 불가능해진다. 사목이라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성직자는 자기 이외의 모든 신자 위에 군림하게 되고, 본당의 수녀들도 성직자나 수녀가 아 닌 다른 신자 위에 군림하게 된다. 성직자(와 수도자들)는 피라 미드식 조직 안에서 스스로 교회가 되어 교회 위에 군림하게 된 다. 이런 조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본당 수녀들이다. 매번 바 뀌는 신부들의 기분을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본당에서 성직자와 수도자가 일반 신도들과 함께 사랑의 공 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만하게 공동사목을 하기 위해서는 사목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들이 일반 신자 들과 인내를 가지고 사목계획을 함께 짜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 게 될 때 그들 사이의 심각한 감정대립도 피할 수 있다. 사실 성 직자와 수도자가 본당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사 목이라는 개념을 옳게 정립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기회이다.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공의회가 말하는 사목의 바탕에서 교회를 이해하고 성직자와 수도자의 신원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다. 본당신부와 본당수녀(그리고 신자들)의 관계는 사목적이어야 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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