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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6일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6 조회수907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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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 마태 9,9-13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두 가지 부류의 죄인>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처지나 수준, 성향이 비슷한 ‘같은 과’끼리 어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워낙 파격적인 분이시다 보니 자주 그런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사고방식이나 논리구조를 과감하게 깨트리셨습니다.

 

    비록 특별한 스펙이나 학벌은 없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가시는 곳 마다 촌철살인의 명설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당대 내놓으라는 대학자들과의 논쟁에서 결코 논리가 딸리는 법 없이 월등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미 수많은 제자들과 추종자들에 둘러싸인 큰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고 계셨습니다.

 

    당연히 예수님께서 노셔야 될 ‘물’은 한참 위쪽이었습니다. 함부로 처신해서는 안될 큰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께서 세리들, 죄인들과 어울리신 것입니다. 당시 세리들은 직업상 모세 율법을 제대로 준수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백성들에게 과다한 세금을 부과하였고,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짰습니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겠지요. 순식간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마침내 벼랑 끝까지 밀려간 사람들 집을 찾아간 세리들은 살림살이들을 걷어차며 협박을 했을 것입니다.

 

    죄인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겠습니까? 그들은 철저하게도 하느님을 등지고 살아가던 사람들,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살아가던 사람들, 하느님의 계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런 그들과 말하는 것, 어울리는 것뿐만 아니라 마주앉아 식사까지 하십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예수님 시대 당시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 이거 보통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아무하고나 밥 같이 안 먹었습니다. 같은 식탁에 앉는다는 것은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의 대명사격인 세리 마태오의 친구가 된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 앞에 당대 깨끗한 척 하기로 유명했던 바리사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즉시 예수님의 제자들을 찾아가 따집니다.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그 순간 그들을 향해 던지시는 예수님의 말씀, 진짜 죄인들인 잘난 척 하는 사람들에게는 폐부를 찌르는 비수 같은 말씀, 자신의 가슴을 치는 죄인들, 그러나 희망이 있는 죄인들에게는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생수 같은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죄인들이라고 다 같은 죄인이 아닙니다. 죄인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죄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죄인은 아주 고약한 구제불능의 죄인입니다. 그는 자신이 죄인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입니다. 교만함, 자만심으로 가득 차 하느님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큰 죄인입니다. 자신이 의롭다고 주장하며 하느님을 향한 문을 굳게 닫아버린 대 죄인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죄인은 비록 죄 속에 살지만 희망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두 번째 죄인이 세리 마태오입니다. 그는 자신의 비참한 실상, 지속적인 결핍, 인간적 한계, 오랜 기간 죄 속에서 살아왔던 세월을 가슴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자비의 손길만이 자신을 죄 속에서 건져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회개가 준비된 죄인이었습니다.

 

    이런 마태오였기에 예수님의 단 한 마디면 충분했습니다. “나를 따라라.”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나약함과 비참함을 잘 파악하고 그분 자비의 손길을 받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연 사람에게만 당신 자신을 보여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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