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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것이 뭔 일이다냐?"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7 조회수593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3 어떤 꿈과 현실

"이것이 뭔 일이다냐?"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 소록도로 들어오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 니다. 배가 시내버스처럼 자주 있는 데다가 시간도 7, 8분밖에 걸 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까지 건너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산다는 게 실로 녹녹한 것은 아니다! 여기 한 할머니의 넋두리를 들어 보자. "한 두어 달 된 성싶어. 피부에 무담시 (공연스레) 뭣이 나고 안 좋아져서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께 피에 못쓴 것이 들었다는 것이 여. 참말 그 소리를 들은께 하늘이 놀놀해. 나가 그때 양로당 살 던 땐디 어찌케 해야 쓴다냐 싶어 속이 미쳐 불겄어. 병원서 양로당에 기별을 했는 갑서. 양로당에 갔드만 사방 문을 탁 닫아 놓고 여간 단속를 잘혀. 소매 (소변) 쪼깐 본다 하믄 겨우 밖에 나올 수가 있었응께. 약 준 것도 다 흩어 불고, 이런 거 먹고 멋헌다냐 싶드만. 열흘을 통 암 것도 안 묵은께 사람이 영 못쓰게 되불드만. 인자는 소매질 도 못 가겄는 거라. 땅도 뭣도 안 보이고 창시 (창자)까지 넘어 올 라고 그란디, 영 죽겄어. 나보고 복 있다고 복녀라고 이름 지어 놓트만, 이 일이 뭔 일이 다냐. 이럴라고 그 고상 (고생)하고 야든까지 묵도록 살았던고 싶 드만. 근디, 사람 일이라는 게 자기 맴대로 되는 건 아닌 갑서. 같이 사는 사람들헌티 미안하기도 허고, 애써 간병하는 사람 생각도 해 줘야지 싶어 나맨크롬(처럼) 병든 사람들 사는 데로 간 거여. 거길 가니 나 같은 병 걸린 사람만 있어서 맴은 편허드만. 어뜬 아짐씨가 (그 사람은 원래 집이 서울이랴) 소록도 야글(이야기를) 험시롱, 이왕에 이러고 된 거 거그 가면 참 좋다 그럼시로 소록도 야글 많이 해주대. 대차나 (정말) 그라믄 한번 가보끄나 싶은 생각은 있어도 선뜻 안 나서지드만. 미적대고 있은께 옆에서 남들이 그렁겨. '갈라믄 날 받지 말고 우다닥 가부러, 시집 갈라고 날 받는가?' 그러대. 그래서 소록도에 와서 입원한 지 인자 한 달 넘었는갑다. 암만 생각해도 이것이 뭔 일이다냐 싶당께. 이런 일이 있을 줄 어뜨케 알았겄는가. 오빠 셋에 딸 하나라 오직이나 금지옥엽 자 랐는디. 영감 세상 뜬 지 26년 됐어도 돈도 제법 벌고 그작저작 살만 했 는디. 혼자 몸이라 성가신 것 없이 살았재. 아들이 하나 있긴 있 었는디 난 지 여덟 달 만에 죽고 영감은 일본 군인에를 들어갔는디 애기 못 낳는 수술을 해부렀는가 애기가 없었재. 자식이 없기를 얼매나 다행인가. 요런 병이 들어서 자식이 있었 으면 고생을 얼매나 시켰겄어. 영감 없이 수십 년 삼시로도 손끝이 야물어 하는 일마다 잘됐어. 여기저기 다님시로 안 해 본 일도 없 고, 나가 요러고 작게 생겼어도 못한 것이 없었당께. 조카손지가 함께 살자 하는디, 나가 불편해서 따로 살았는디 나 이든께 일도 못 하겄고, 그래서 돈 주고 있는 양로당에 들어간 거 여. 가만히 앉아서 화토나 치고, 나가 화토 치면 겁나게 따거든, 노 인네들하고 재미나게 살아 볼라고 그랬재. 양로당에서 이 태를 살 고 삼 년째 산디 피부가 안 좋아진 거여. 복이 그것밖에 안 된갑서. 닭고기, 돼아지고기를 볶아 줘도 손에 힘이 없어 집어 먹들 못했는디, 이 병이 될라고 그랬는갑서. 설 쇠 고 난께 눈까지 바락바락 안 보여. 나가 넘 못할 일은 안 했는디 ---. 베 장시함서 (장사하면서) 넘 을 둘러 먹었다냐, 누워서 별 궁리를 다 해 봐도 그런 적 없는디 --. 넘 도와 주고 좋은 일은 더 할라고 그랬는디, 나가 요러고 있네. 창밖을 본께 가을인갑는디, 그 양로당은 단풍철에 관광차 불러 서 관광 다녔는디, 그것이 작년 일인디 ---." 천형의 섬에 갇혀 평생을 사는 환우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답답 할까. 도대체 병은 왜 생기는가. 근원은 알 수도 없는 것이 왜 생사 람을 잡아 울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가.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인생이 보석처럼 갈고 닦아지는 것은 아닌가. '넋두리' 의 할머니는 소록도에 입원하신 지 반 년 만인 1998년 봄에 세상을 뜨셨다. 향년 80세였다. 할머니의 '야글' 듣고는 마음 이 몹시 아팠는데 단풍철이 되고 보니 가슴이 또 미어진다. "이것이 뭔 일이다냐?" 할머니의 넋두리가 무슨 화두(話頭)처럼 나를 자꾸 붙잡는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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