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그 능동적 참여] 성모님에 대한 신심 행위 - 성모성월 많은 이들이 5월이 왜 성모성월이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원한다. 하지만 그 답을 명백히 제시하는 가르침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성모성월에 대한 역사적, 전례적, 신학적 근거의 부재로 5월을 성모성월로 지내는 관습과 관련하여 이를 폐지하자는 제안이 적지 않다고 교황청은 언급한 바 있다. 5월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을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에 적용시키는 것은 대중신심의 자연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적도 아래인 남반부의 경우 계절이 반대이기에 11월을 성모성월로 지내는 교회도 많다. 사실 사막지역이나 남반부 지역은 5월 성모성월에 불리는 성가를 부르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기후인 것이다. 그렇다면 성모성월인 5월은 단순히 북반구 지역 교회에서 봄의 싱그러움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계절 축제로서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러한 성모성월에 대한 감성적이며 신학적 근거 없는 계절축제로서의 성격은 당연히 여러 문제점을 내포한다. 경신성성이 반포한 ‘대중신심과 전례에 관한 지도서’는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191항에서 성모성월의 내용을 전례주년의 해당시기와 일치시키는 데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5월은 대략 50일의 부활시기와 겹치므로 이 시기에 하는 신심 행위는 성모님의 파스카 신비 참여와(요한 19,25-27 참조) 교회가 시작된 성령 강림 사건을 (사도 1,14 참조) 강조한다. 성모님께서는 성령의 기도 아래 부활의 새로움에 동참하는 교회와 함께 걷고 계신다. 부활시기 50일은 또한 그리스도교 입교 성사 거행과 신비 교육을 위한 시기이기도 하다. 5월과 관련된 신심 행위들은 영광스러운 천상 모후께서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거행을 통하여 지금 여기 지상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쉽게 강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위의 내용을 분석하여 간단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초대 교회의 탄생에서 성모님의 역할은 지대해 5월이 성모성월이 되는 전례적이며 성서적인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성모님의 파스카 신비 참여이다. 성모님의 파스카 신비의 참여는 십자가의 예수그리스도 아래 어머니로서의 모습이며,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숨을 거두시기 전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선언하신다. 이것은 단순히 육친의 어머니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언급이 아니라 온 인류를 당신의 어머니의 자녀로 삼으시는 선언이었고, 초대교회는 이러한 선언을 잘 이해하고 마리아를 사도들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로 호칭하였고, 이를 위한 공경을 하였으며 자연스럽게 대중신심으로 발전하였던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5-27) 둘째는 교회가 시작된 성령강림 사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직후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가까운 지역의 어느 위층 방에서 모여 함께 기도하였는데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고 성경은 증언하고 있다. “성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자기들이 묵고 있던 위층 방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3-14) 신약성경의 원문인 희랍어 원문을 분석해 보면 확실히 “예수님의 어머니”이란 단어는 희랍어 문장의 구조와 단어 사용에 있어서 강조됨을 엿볼 수 있다. 제자들 이외에 성령 강림 전 기도모임에 참여한 구성원을 지칭하면서 세 그룹이 나타나는데 첫째는 여러 여자, 둘째는 예수님의 어머니, 그리고 셋째는 그분의 형제들이다. 예수님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 일반명사인 여자들, 형제들로 표현하였다. 여러 여자에 속하지 않고 예수님의 어머니는 독립적인 단수명사이며 고유명사화 하기 위해 예수님의 어머니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성경원문의 분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초대 교회의 탄생에서 성모님의 역할에 대한 교회사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성자의 잉태 시에도 천사로부터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라고 인사를 받으셨다. 성령 강림 전 골방에 모인 제자들! 두려움과 목자 잃은 양처럼 예수님을 이젠 볼 수 없다는 상실감에 힘들어 하던 제자들을 하나로 모으시고, 그 중심에서 기도하신 사도들의 모후이신 어머니는 당신의 신적모성을 발휘하고 계시는 것이다. 성경은 마리아가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천사의 아룀서부터의 사건을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을 마음에 새겼다고 전한다. 분명 마리아는 성령 강림 전 기도모임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성령 강림에 대해 제자들에게 언급하였을 것이고, 믿음의 여인이자 성령의 짝이신 당신께서 믿음으로 함께 하셨던 것이다.
성모성월은 파스카 신비와 성령 강림에 나타난 마리아의 구원사업 기억해 이제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분이셨던 것처럼 마리아는 우리와 함께 기도하시는 우리의 어머니가 되신 것이다. 이러한 당시의 다락방의 모습을 “한마음으로”라고 표현한 것이다. 교회의 탄생인 성령 강림의 장소에는 사도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과 형제들과 사도들이 함께 했던 것이다. 즉 평신도들이 함께 했다. 마리아는 신앙에 있어 또 다른 여신이 아니라 구원역사의 현장에서 모범적인 위치에 있었던 신앙의 모델로서의 평신도였다. 오늘날 성모성월의 구원사적이며 전례적 근거를 재조명하는 위와 같은 교회 가르침은 널리 전파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모성월은 푸르는 오월의 싱그러운 자연경관에 따른 미학적 심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파스카의 신비와 성령 강림에서 나타난 마리아의 구원협력 사건을 기억하는 전례주년에 근거한 두 사건을 기념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5월호, 허윤석 세례자 요한 신부(의정부교구 광릉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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