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끝까지 견디는 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7 조회수895 추천수15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대축일 -
끝까지 견디는 이




 

        저의 동기신부 중의 하나가 탈북자들에게 우리나라 적응을 돕는 시설인 하나원에 갔을 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신부님께 한 봉사자가 고해성사를 보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다고 하더랍니다. 보통은 봉사자 중에 가끔 고해를 보기도 해서, 봉사자가 원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탈북자 중 한 분이 고해를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한 할머니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연세가 여든 내외가 되어 보이셨습니다. 그 할머니는 성호를 그으시면서 말씀도 못하시고 계속 우시더랍니다. 그도 그럴 것이 60년 만에 보는 고해성사였던 것입니다.

그 할머니는 유아세례를 받고 어린시절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공산정권이 들어오고는 종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종교 생활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딸과 함께 탈북을 하였는데 그 숨 막히는 긴장을 뚫고 국경을 넘었을 때 할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성호를 그으셨습니다. 딸은 어머니가 하는 것이 무슨 행동인지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60년이 넘게 힘든 일이 있으면 남이 못 보도록 이불을 뒤집어쓰고 성호를 긋고 주님의 기도를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떳떳하게 성호를 그을 수 있고 고해성사를 할 수 있지만 만감이 교차하며 눈물만 하염없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 분이 60년 만에 성체를 영했을 때의 그 심정은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쉽게 성사생활을 할 수 있어서 그 고마움을 잘 모르고 냉담까지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 할머니는 60년간 박해를 당해오셨습니다. 박해란 무엇입니까? 나의 신앙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서 바로 시작되는 것이 박해입니다.

이런 외적인 박해도 있지만, 더 가슴 아픈 고통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할머니는 가족에게까지 성호 긋는 것을 숨기셔야 했습니다. 딸도 이해할 수 없었던 바로 그 혼자서만 외로이 60년을 지켜 오셨어야 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주위에 같은 신앙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같은 신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커다란 은총입니다. 또한 원하기만 하면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성사를 영할 수 있습니다. 그 할머니에게 우리의 신앙생활은 과연 어떻게 보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참으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여 고독한 가시밭길을 걸어야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저희 사제들의 주보성인이신 김대건 신부님의 생애도 그 할머니처럼 저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동지사 오가던 길 삼천리 트였건만, 복음의 사도 앞에 닫혀진 조국의 문, 겨레의 잠 깨우려 애타신 그의 넋이, 이역의 별빛아래 외로이 슬펐어라.”

외로이 슬펐던 삶’, 이것이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 되는 사람들에게 약속하신 운명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제들이나 우리 신자들이 신앙을 통해서 너무 편한 삶만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요?

 

김대건 신부님은 또한 아버지 김재준과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장남입니다. 장남이면서 집안은 돌보지 않고 마카오에서 사제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부모에게 마땅히 해야 하는 효도를 하지 않는 사회의 질타를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의 조국은 더 이상 그를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불어, 중국어, 라틴어 등을 구사하고 조선전도를 그릴 정도로 지리에도 정통한 젊은 인재가 죽기만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게만 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문전걸식하는 어머니를 버려두고 그렇게도 순교를 당하려고 고집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여겨졌을 것입니다.

물론 김대건 신부님도 어머니가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순교 20일전에 주교님께 이런 서한을 보냅니다.

저는 감히 주교님께 저의 어머니 울술라를 부탁드리옵니다. 저의 어머니는 10년 동안 못 본 아들을 불과 며칠 동안 만나 보았을 뿐 또 다시 홀연 잃고 말았으니, 주교님께 간절히 바라건대 슬픔에 잠긴 저의 어머니를 잘 위로하여 주십시오.”

관헌으로 압송된 신부님은 극도의 고문을 당하십니다. 사람들 앞에서 옷이 벗겨지는 치욕과 수 천대의 매를 맞았고 조롱을 당했으며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그 형벌을 주는 관장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제게 이런 형벌을 주신 관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관장께서 제게 내리시는 이 형벌을 통해서 저는 더욱 하느님 사랑을 느낍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관장 나리를 더 높은 관직에 올려 주시기를 빕니다.”

그랬더니 관장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비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여덟 자나 되는 긴 칼을 가지고 와 위협하였습니다. 그 때 김대건 신부님은 그 칼을 잡아 자신의 목에 대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크게 웃으며 재밌어 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한 신앙의 모범들은 이 세상에서의 편안함을 찾았던 분들이 아니라,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모든 고통을 견디어 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세상에서의 편안함을 약속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몰이해와 멸시, 외로움과 고통을 약속하십니다. 그러나 이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영광을 누릴 수 없습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감옥에 들어온 무기수가 있었습니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던져진 그는 교도소장에게 부탁을 합니다.

소장님! 교도소 마당 한 귀퉁이에 정원을 가꾸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는 허락을 받고 나서 첫 해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잘 자라는 고추와 양파 같은 것을 심었습니다.

다음 해에는 여러 종의 장미도 심어보고 작은 묘목의 씨앗도 뿌렸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그는 정성스레 정원을 가꾸며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교도소 마당의 작은 땅에 무언가를 심고 가꾸던 그는 27년이 지난 후,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가 출옥할 때 사람들은 그가 아주 허약한 상태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7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주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취재를 하러 나온 기자가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5년만 감옥살이를 해도 건강을 잃어서 나오는데 어떻게 27년간 감옥살이를 하고도 이렇게 건강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만델라가 이렇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나는 감옥에서 하느님께 늘 감사했습니다. 하늘을 보고 감사하고, 땅을 보고 감사하고, 물을 마시며 감사하고, 노동을 할 때도 감사하고, 늘 감사했기 때문에 건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흑인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 것이 인정되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고,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그가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입니다.

 

넬슨 만델라나 김대건 신부님이나 모든 성인들은 이 세상에서의 고난을 예상한 분들이었고 그 고난이 참 기쁨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담대하게 그런 고난을 이겨내고 영광을 차지할 줄 알았습니다.

성당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세례를 받기 위한 준비기간이나 혹은 세례를 받고 나서 거의 바로 냉담을 하게 됩니다. 집에 조그마한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느끼고 성당에 안 다니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치고 주위의 몰이해와 비웃음이 돌아온다면 그 때부터 작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십시오. 이제 참으로 믿음을 증가시킬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끝까지 잘 견디면 그 시련 없이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영광과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우리를 박해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십시오. 그들이 없다면 우리 믿음을 증가시킬 기회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면,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루카 6,23)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