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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은 무엇인가? - 7.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08 조회수719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2.7.8 연중 제14주일 에제2,2-5 2코린12,7ㄴ-10 마르6,1-6

 

 




인간은 무엇인가?

 


오늘 연중 제14주일은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얼마 전 원장 임기를 잘 마친 수녀님과의 대화 중

제 마음에 강렬하게 와 닿은 말마디입니다.

잠시 수녀님의 말을 간략하게 인용합니다.

 


“힘들었습니다.

  인간에 대해 참 많이 배웠습니다.

  말 그대로 신비입니다.

  저절로 판단은 보류하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게 됩니다.

  끝없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인가?’였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절망스런 인간 현실 중에도

  절망은 되지 않았으니 이게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많이 묵상했습니다.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하느님의 자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모두를 품어주시는 자비하신 하느님,

  이게 도달한 결론입니다.

  그래도 ‘인간은 무엇인가?’ 대한 물음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저에겐 영원한 화두입니다.”

 


요지의 말이었습니다.

 


바로 오늘 화답송 후렴이 수녀님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저희는 주 하느님을 우러러보며, 당신 자비만을 바라나이다.”

 


공동체의 불가마를 통해 정화된 영혼을 반영하는 듯

기쁨 가득 환한 얼굴의 수녀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녀님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다시 한 번 인간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째, 악한 인간입니다. 인간은 악합니다.

 


악한 인간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서 체험하는 악의 현실입니다.

세상 악은 바로 내 안의 악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축소판이 선악의 싸움터인 내 마음입니다.

내 안의 선악의 싸움이 계속되는 한 세상 전쟁도 계속될 것입니다.

인류역사와 더불어 계속된 전쟁이요

인류역사가 끝나야 전쟁도 끝날 것입니다.

 


오늘 복음과 1독서의

에제키엘의 말씀을 통해서도 인간악의 현실이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놀란 고향 사람들은 편견의 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예수님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자기들과 다르다는 것이 몹시 불편하고 받아드리기 힘듭니다.

 


무지의 악, 편견은 이렇듯 두텁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고향 사람들만 아니라 이게 우리의 보편적 악의 현실입니다.


비교로 인한 질투, 시샘이 범벅된 아주 미묘한 심사를 반영합니다.

 


주님은 이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고 하는 데

인간악의 현실에 놀라셨음이 분명합니다.


아마 예수님 또한 ‘인간은 무엇인가?’를 화두처럼 되뇌었을 것입니다.

 


에제키엘을 파견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도

인간악의 현실이 환히 드러납니다.

 


“사람의 아들아, 내가 나를 반역해온 저 반역의 민족에게 너를 보낸다.

  그들은 저희 조상들처럼 오늘날까지 나를 거역해 왔다.

  얼굴이 뻔뻔하고 마음이 완고한 저 자손들에게 내가 너를 보낸다.”

 


딱딱하게 굳어 죽어있는 마음이 악한 마음입니다.

반면 부드럽게 살아있는 마음이 선한 마음입니다.

빛이 사라질 때 곧장 어둠이 들어오듯

하느님을 떠날 때 곧장 악의 어둠에 휘말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래서 희망과 찬미기도입니다.

악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 주시는 처방은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것이요,

끊임없이 찬미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 바로 분도 성인의 말씀입니다.


하느님 향한 희망의 빛이 악의 어둠을 거둬냅니다.

이런 하느님 희망을 북돋우기에 찬미기도보다 더 좋은 기도는 없습니다.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찬미기도의 은총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승들은 끊임없이 찬미의 미사와 성무일도의 기도를 바칩니다.

 

바로 이게 인간악에 대해 하느님 주시는 최고의 처방입니다.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갔던 세 청년들

악을 상징하는 불가마 속에서

끊임없이 하느님께 찬미기도를 바침으로 온전히 살아남았습니다.

 


새삼 세상 악의 불가마 속에서,

공동체 안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끊임없이 찬미기도를 바치는 것뿐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약한 인간입니다. 인간은 약합니다.

 


참 우리말이 묘미가 있습니다.

‘악하다’ ‘약하다’라는 말에서 더욱 이를 실감합니다.

약하기에 악한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약합니다.


악으로 위장한 약함입니다.

약하기에 자기보존 본능 상, 자기 방어를 위해 악해지는 것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약한 인간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려니 악해질 수뿐이 없습니다.


이래서 악에 맞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맞설수록 약한 자기를 지켜내려고 악해질 수뿐이 없는

어리석은 무명의 인간들입니다.


악의 포장 넘어 약한 인간을 직시할 때 악한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에 폭력을 가하면 악의 힘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선을 이길 수 없는 악입니다.

비폭력의 선과 사랑의 저항 앞에 무장 해제되는 악입니다.

 


자신의 약함과 한계를 깨달아 아는 게 겸손이요

이런 깨달음과 더불어 악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우리들입니다.


악하기로 하면 개종 전의 바오로보다 악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의 포장이 벗겨지니 바오로 그렇게 약할 수가 없습니다.


사탄의 하수인인 가시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깨달은 바오로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깨닫는 것 또한 은총입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서 완전히 드러난다.”

 


이래서 약함에 실망하지 말고

믿음과 인내로서 주님의 은총을 기다려야 합니다.

내 자신은 물론 형제들의 약점과 한계를

지극한 믿음과 인내로 견뎌내야 합니다.


때가 되면 약함은 바로 하느님 은총의 통로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우리의 약함에 주시는 주님의 처방은 믿음과 인내입니다.

 

 




셋째, 선한 인간입니다. 인간은 선합니다.

 


선한 인간이 결국은 인간에 대한 최종 정의입니다.


악의 포장이 벗겨지면 약함이 드러나고

약함 속에 금강석처럼 빛나는 하느님의 선입니다.


약함을 통해 빛나는 선이요 약함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이런 체험적 깨달음을 소개해 준 바오로 사도가 고맙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천하무적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세상에 그 무슨 악이 이런 바오로를 이길 수 있겠습니다.

약함이 강함입니다.

 


우리 수도원도 강한 사람은 나갔지만 약한 사람은 살아남았습니다.

약함 안에서 찬연히 빛나는 선이요 샘솟는 하느님의 힘입니다.


약한 사람이 실상 강한 사람이요 선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깨달아 알아 갈수록 악은 그 힘을 잃어 무력해집니다.


우리의 약함을 선의 금강석으로 빛나게 하시는 하느님의 처방은

사랑과 은총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살아갑니다.

악과 약함의 현실 넘어

우리 선한 인간을 보시는 사랑과 은총의 하느님이십니다.

 

 


“인간은 무엇인가?”

 


문제는 우리 안에 있고 답은 하느님 안에 있습니다.


인간이 문제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하느님 없이 ‘인간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은

영원히 오리무중일 뿐입니다.

 


참 어리석게도 가까이 하느님 답을 놔두고

엉뚱한 데서 답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간은 악합니다.

하여 끊임없이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찬미기도를 바쳐야 합니다.

 


인간은 약합니다.

하여 끊임없는 믿음과 인내로 항구히 기다리며 견뎌내야 합니다.

 


인간은 선합니다.

선한 인간이 인간의 궁극의 정의입니다.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 머물러 사는 우리는 선한 인간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할 때는 선한 인물(人物)이지만

하느님을 떠나 잊고 살 때는 악한 괴물(怪物)로 전락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선한 인물로 꼴 잡아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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