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16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이사1,10-17 마태10,34-11,1

사람이 먼저다

학교에는 교훈이 있고 학급에는 급훈이 있고 가정에는 가훈이 있습니다.

우리 수도가정의 가훈은 ‘기도하고 일하라’이며

수도영성을 집약하며 이 가훈 따라 충실히 살아가는 수도형제들입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이 신선합니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며 시대를 읽게 됩니다.

손학규씨의 ‘저녁이 있는 삶’은 저녁이 없는 삶의 현실을 반영하며,

박근혜 씨의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꿈이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문재인 씨의 ‘사람이 먼저다’는 사람이 실종된 현실을 반영합니다.

한결같이 시대의 표징을 잘 읽은 슬로건들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어제 기사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단순명쾌한 말인지요.

‘사람이 희망이다’ ‘사람이 보물이다’ ‘사람이 전부다’ 로 바꿔 써도

그대로 통합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아무리 경치 좋고, 건물 좋고, 전례 좋고, 전통 좋고, 재력이 좋아도

좋은 사람의 성소자들 없으면 수도원은 망합니다.

반면 좋은 사람의 성소자들 있으면 수도원은 금방 살아납니다.

사람이 참 보물임을 입증합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사람이, 삶이 실종되어 껍데기만 남은

거짓 경신례에 대한 비판이 참으로 엄중합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마음을 반영합니다.

“소돔의 지도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고모라의 백성들아 우리 하느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라

  무엇 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

  분향 향기도 나에게는 역겹다.

  …불의에 찬 축제 모임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

  … 나의 영은 너희 축제들을 싫어한다.

  그것들은 나에게 짐이 되어, 짊어지기에 지쳤다.

  …너희가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한다 할지라도 나는 들어주지 않으리라.”

바로 이게 이사야를 통해 계시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사람이 빠져 껍데기만 남은

헛된 예배, 거짓 예배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이런 헛된 예배를 드리는 이는 마음의 위안을 받을지 모르지만

하느님께는 무거운 짐만 될 뿐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이웃들에 대한 선행과 공정의 삶이 받쳐줘야 참된 예배입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내 눈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들을 치워 버려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 받는 이를 보살펴라.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과부를 두둔해 주어라.”

이런 삶의 내용이 꽉 차 있을 때

하느님 기뻐 반기시는 참된 예배요 전례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맞습니다만

반드시 ‘주님이 먼저다’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우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보이는 희망이요 보물이라면

궁극의 보이지 않는 희망이자 보물은 주님입니다.

진정 하느님이 먼저일 때 사람이 먼저가 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또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그 누구도 주님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주님이 사랑의 중심이 될 때,

또 제 책임의 십자가를 지고 이런 주님을 항구히 따를 때

분별 있는 사랑, 질서 있는 사랑에 사람을 먼저 두는 사랑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먼저다’에 앞서 ‘하느님이 먼저다’ 임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시어

선행과 공정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시편50,23ㄴ).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