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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 7.2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20 조회수585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2.7.20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이사38,1-6.21-22.7-8 마태12,1-8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

 

 

 

 

 


오늘은 죽음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가장 많이 아는 것 같으면서도 가장 모르는 게 죽음입니다.

 


오늘 1독서의

히즈키야의 죽음에 직면한 모습에서 새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문득 생각난 게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구절이었습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개선장군의 뒤에서 노예가 외치던 말이라고 합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최고의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 장군에게도 언젠가는 죽을 날이 찾아온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말입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사부 성 베네딕도의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의 삶에 푹 빠져 살다보면

까맣게 잊고 지내는 것이 ‘죽음’이며 ‘하느님’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라’와 더불어 즉시 떠오른 말이

‘하느님을 기억하라’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죽음에 대한 성찰에서 겸손이 나오고,

하느님에 대한 묵상에서 지혜가 나옵니다.


죽음을 기억하며, 하느님을 기억하며 살 때

탐욕과 무지의 환상은 걷혀 겸손과 지혜의 깨어있는 삶이요,


오늘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입니다.

삶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긴 휴가도 끝 무렵에 가면 짧게 느껴지듯

아무리 장수의 삶 역시 끝 무렵에 가면 참 짧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로부터 죽음을 통보 받자 낙심하여 기도하는 히즈키야입니다.

 


“아, 주님,

  제가 당신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당신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해 온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히즈키야는 슬피 통곡하며 기도합니다.


바로 죽음에 직면했을 때 누구나의 약한 모습입니다.

잘 살아 온 히즈키야인데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렸음을 봅니다.

죽음을 기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았다면

이렇게 당황하여 슬피 통곡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주님의 자비로 15년 생명이 연장됐다하지만

15년 후에도 여전히 인생 짧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모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오늘 복음에도 해당됩니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이기 전에 죽음이, 하느님이 먼저입니다.


죽음이, 하느님이 먼저일 때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자비가 모든 분별의 잣대가 됩니다.

복음의 예수님은 하느님의 맑은 눈으로 죽음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현실을 보신 분입니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식일 법에 눈이 가려

배고파 굶주린 제자들의 현실을 보지 못한 바리사이들입니다.


예수님은 다윗일행의 예와 더불어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겼던 예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습니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완전히 역전입니다.


무죄하다는 바리사이들은 배고파 밀 이삭을 뜯어 먹은 제자들을 단죄함으로

죄인이 되고

배고파 안식일 법을 범하며 밀 이삭을 뜯어 먹은 제자들은

무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게 하느님이, 예수님이 보시는 눈입니다.


성전보다 더 큰 분이시며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 성심의 사랑이

바로 분별의 잣대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은 자비이지 희생 제물이 아닙니다.


늘 죽음을, 하느님을 기억할 때

환상은 모두 사라지고 남는 것은 자비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죽음을, 하느님을 기억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시편2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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