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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달간의 휴식(연중 제16주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22 조회수574 추천수6 반대(0) 신고
+ 마르코 6,20-31

그 때에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묵상>

5월 22일 동창신부에게 간을 이식해주기 위한 수술을 받고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이 두 달은 지금까지 제 삶에서 가장 긴 꿀맛같은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 시절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가장 바쁜 시간이 방학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황금같은 여름휴가는 청년활동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었지요. 신학생 시절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너무나도 분주한 방학이 오히려 싫어졌습니다. 방학뿐만 아니라 주말 역시 제게는 가장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새신부 시절에는 일에 파묻혀 지내는 보좌신부를 안쓰러워 하시던 주임신부님께 등떠밀려 짧은 휴가 몇 번을 즐겼습니다. 유학시절, 그리고 교구청 생활 5년, 제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주위의 여건도 그리 빡빡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 잘 쉬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제게 맡겨진 일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쉴 생각을 안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젊은 날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스로를 일에 얽매어 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부수적이나마 다른 누군가에게 열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어리석음도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두 달을 쉬면서 - 사실 때때로 중요한 일들을 뒤로 밀어놓은 것이 마음에 걸리고, 저의 공석으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을 하나밖에 없는 성소국 직원과, 제 임무를 대신 맡은 신부님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함께 생활하는 분들로부터 끊임없이 쉬라고 강요하닌 강요를 듣기도 많이 했지만 - 저를 좀 더 깊이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하며 새로운 힘을 얻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의 시간은 분명 간 이식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휴식이었습니다. 좋아서 받아들이거나, 싫다고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이 휴식을 통해 저를 사랑하시고 저를 배려해주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젠 좀 쉬거라.
앞으로 네게 맡겨질 일들이 많으니,
잠시 긴 숨 내쉬면서 자신을 추스리거라.
스스로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면,
나와 함께 이렇게 쉬는 것도 중요하단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내 안에 편히 머무르는 것 아니겠니.'

2000년 사도들을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받아 소중한 사명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주님께 득의양양하게 보고하는 사도들의 넘치는 기쁨을 느껴봅니다. '주님께서 맡기신다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시켜만 주십시오.' 라며 오히려 예수님을 재촉하는 사도들의 열정 가득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나서 자랑스러운 당신의 사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사랑 가득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얘들아,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제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지금은 너희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이루어야 할 하느님 나라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쉴 때란다."

두 달의 휴식 시간 동안 간간히 출근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산좋고 공기 좋은 양주의 교구청 숙소, 은총에 집에서 보냈습니다. 내일부터는 여러가지 방학 행사들과 중요한 면담 등으로 매일 출근하려 합니다. 아직 몸이 완전히 정상이 아니라서 예전처럼 그렇게 일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긴 휴식 덕분에 새롭게 된 몸과 마음으로 한결 기쁘게 열정적으로 주님께서 맡기신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도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주님 안에서 쉬게 하시고, 주님의 소중한 사명을 기쁘게 다시 보듬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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