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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열매를 맺으려면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 성모성당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27 조회수731 추천수13 반대(0) 신고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은 열매를 맺는다.>
                                                  + 마태오 13,18-23

 
 열매를 맺으려면


복지관 사무실에 작은 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몇 개의 작은 화분을 바구니에 담았고 행운목도 심었습니다. 눈에 보이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화초가 있습니다. 햇빛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한 바구니에 담았으니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어느 날 힘이 없어 보이면 물을 주고 강한 햇빛을 가려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옆에 있는 화초가 힘들어 합니다. 서로 조화를 이룬 겉모양은 아름답고 좋은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다릅니다. 오늘 곧 죽을 것 같던 화초가 거짓말처럼 생기를 찾았습니다. 물 한 모금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의 성격과 취향이 같지 않아서 힘들어 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기준에 맞춰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편하게 내 방법을 선택하면 상대방이 그만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입맛에 맞으면 최고요, 내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모두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합니다. 겉모양은 모두가 멋진데 속을 보면 멀미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각자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가 다르니만큼 그것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론에 머물고 맙니다. 사실 행함에 있어서 몰라서 못하는 것이 얼마나 됩니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병입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백배가 될 수도 있고 예순 배, 서른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땅에서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열매가 달라집니다. 사제관 뜰 앞에 심겨진 고추, 토마토, 가지, 상치들을 봅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자리에 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워 감자, 고구마를 비롯하여 고추, 토마토, 가지를 심었습니다. 틈틈이 잡초를 뽑아냈습니다. 자주 식탁에 한 자리를 차지했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 잡초가 무성하여 버려진 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보좌신부님이 말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놈이 맛이 있습니다.”인삼과 산삼의 효능이 다르다고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우리 마음의 밭이 다 좋은 땅인데 열매를 맺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것은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좋은 땅을 묵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버려진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어 좋게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넓은 방을 비좁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좁은 방도 넓게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허겁지겁 쫓기듯이 일을 하면서도 해 놓은 일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묵묵히 일하면서 여분의 시간을 즐기고도 결과가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공간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시간 관리도 잘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인간적인 것은 정리하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것으로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히브4,12)하고 말했습니다. 속을 꿰뚫어 보시는 분 앞에서 거저 얻으려 하지 말고 수고와 땀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간수하지 않으면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공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은 것을 관리하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나 그 품위를 지키는 것은 더 소중합니다.


좋은 열매를 기대하면서도 그만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과는 너무도 뻔합니다. 수고와 땀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서로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서 풍성한 열매를 맺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생명을 주는 한 모금의 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도원지기가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루가13,8)하였듯이 다른 이에게 거름을 주는 포도원지기가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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