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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마니 짜기 달인이 되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28 조회수465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모성애는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본능 그 자체다. 그래서 그 사랑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어머니가 되는 길 어머니는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기에 여섯 남매를 낳아 기르면서 그 고단한 삶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오는 동안 더욱 더 진정한 의미의 어머니가 된 것이라고 믿는다. 가마니 짜기 달인이 되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제치하에서 참으로 고단한 삶 을 살아오셨다. 일본은 우리 국권을 수탈한 것은 물론 땅과 집과 재 산을 강제로 빼앗았다. 특히 전국 토지를 40%를 강제 찬탈하여 농 민들을 모두 소작농으로 전락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일제가 수탈하 여 반출한 한우만도 총 150만 두에 이르며 인삼, 소금, 담배, 누에고 치 등도 닥치는 대로 거두어 갔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때는 부족한 연료를 식민지 국가들로부터 충 당하기 위해 어린 초등학생들을 동원하여 관솔 따기까지 시켰다. 그 들이 약탈해 간 목록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우리 농 촌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부모님 세대는 그렇게 우리 민족의 가장 불행한 세대에 태어나 희생을 치른 분들이다. 나는 지금도 고향 집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누산리와 흥신리 모두 일제로부터 피해를 당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누산리는 어머니의 고향이고, 이후 우리 집이 옮겨 가서 살게 된 흥시리는 아 버지의 고향이며 본가가 있었다. 옛 시골집들은 흙과 돌과 나무로 지어진 조촐한 초가집이었지만 그 집들은 단순히 집이라는 공간적인 의미를 떠나서 내 어린 시절의 삶의 얼개들이 촘촘하게 짜여진 운명의 텃밭이다. 우리 선대들이 대 대로 그곳에서 삶의 현장을 이어받아 살았고, 우리 형제들의 뼈와 살이 단단해진 곳이며, 마음도 정신도 그곳에서 배태되었다. 그런 평화로운 하느님의 대지에서 함께 오순도순 살아야 할 이웃 국가가 총칼로 약탈을 자행했다.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에 뛰어들 면서 수탈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물론 우리 고향 누산리도 예외 는 아니었다. 부모님 밑에서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어머니의 결혼생 활에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일제는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 수송용 가마니를 짜도록 각 마을에 할당했다. 그들은 가마니 물량을 정해 놓고 짜도록 한 다음 제 날짜 에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온갖 억압을 자행했다. 물량을 맞추지 못한 집에는 왜경들이 집 안까지 구둣발로 들어와 세간을 부수고 행 패를 부리며 갖은 모욕을 주기 일쑤였다. 마을 사람들은 낮에는 힘든 농사일에 시달렷고, 밤에는 가마니 짜 기에 나서야 하는 혹독한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일을 하 지 않으면 온갖 체벌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집도 가마니를 짜는 일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은 워낙 손재주가 뛰어나고 부지런하셨기 때 문에 일제가 정해 준 할당량을 제때 바쳤다. 때문에 왜경의 시달림 을 다소 덜 받았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한 일이긴 했으나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분노가 느껴진다. 한 번은 옆집에서 가마니 공물로 행패를 부리고 나온 왜경이 우리 집 대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왜경의 달갑지 않은 방문에 어머니 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열심히 가마니만 짜고 있었다. 왜경이 오 만불손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이 집은 할당량을 다 채웠소?" 왜경은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서 혼쭐을 내려고 작정을 했던 것 같 다. 하지만 아무리 꼬투리를 잡으려고 해도 할당량을 다 채웠기 때 문에 할 말이 없었다. "우리 집은 할당량을 모두 채워서 보냈고, 지금은 여분을 짜고 있 는 중입니다." 그러자 왜경은 잘 됐다 싶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여분을 짜고 있다? 그럼 이 집은 다른 집에 비해 손이 남아도는 모양인데, 앞으로는 할당량을 좀 더 늘여야겠군." 그러자 아버지가 발끈하셨다.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우리가 지금 여분을 짜두지 않으면 다음 할 당량을 채울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짜두는 것이오. 할당량을 다른 집과 공정하게 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가마니 짜기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오. 잘하는 사람의 사기를 올려 줄 생각은 않고 기를 꺾어 놓으면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하겠소." 왜경은 잠자코 듣고 있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의 가마니 짜기 솜씨는 얼마 나 뛰어났던지, 누산리 대표로 나가서 늘 우승을 할 정도의 실력이 엇다. 그래서 만일 우리 어머니가 대회에 나가지 않으면 가마니 짜 기 대회가 재미없어지니 왜경은 아무 말 없이 돌아간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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