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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124위 복자 축일, 대축일 격상 어떨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26 조회수6,359 추천수0

[밀알 하나] 124위 복자 축일, 대축일 격상 어떨지

 

 

지난해 5월 29일 아직 손골성지에 있을 때 전례를 담당하는 자매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부님, 오늘 미사는 어떤 것으로 차릴까요?’ 그날이 124위 복자 축일이라 강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받은 전화라서 ‘무슨 말씀인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124위 복자 축일 미사를 차려야 할지 오늘 미사를 차려야 할지 몰라서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당연히 124위 복자 축일 미사를 드려야지요’라고 하였다.

 

그제야 축일표를 찾아보았고 너무나 놀랐다. 현재 124위 복자 축일은 기념축일로, 그것도 의무 기념일이 아닌 선택 기념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주교회의에서 만든 ‘전례력’에도 5월 29일에 ‘평일 미사 또는 기념 미사’를 드리라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124위 복자 축일을 지내도 되고 안 지내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반드시 124위 복자들의 축일은 대축일로 격상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124위 순교자 시복 취지에 맞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시복식 때 이렇게 선언하셨다. “본인의 사도 권위로, 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앞으로 복자라 부르고, 법으로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해마다 5월 29일에 그분들의 축일을 거행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복자들은 그 해당 지역교회에서 공경하게 된다. 따라서 124위의 경우 ‘법으로 정한 장소’는 당연히 우리나라다. 그러니까 124위 복자들은 우리나라에서만 공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적으로 특별히 공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선택 기념일’로 정해서 그 축일을 지내도 되고 안 지내도 되도록 한다는 것은 시복식을 한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한국천주교회는 선교사들의 직접적인 선교활동 없이 스스로 교회를 시작하고 성장시켰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신 분들은 103위 성인이 아니다. 그런 역할을 하신 분들의 대부분은 124위 복자들에 포함되어 계신다. 그리고 복자들 중 신유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은 103위 성인들의 조상이고, 스승이고, 동료도 있지만 대부분 선배이다. 이분들이 부족해서 아직 복자이신 것이 아니고 한국교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해서 시성에 이르지 못 한 것이다. 그런데 103위 성인 축일은 대축일로 지내고, 124위 복자들의 축일은 선택기념일로 지낸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안 맞는다. 

 

또한 시성을 추진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24위 복자들은 속히 시성을 추진해야 할 분들이다. 장유유서라는 말도 있는데 조상이고, 스승이고, 선배인 분들을 제쳐두고 먼저 성인이 되신 103위 분들은 하늘나라에서 좌불안석일 것 같다. 그래서 마땅히 시성 추진을 서둘러야 할 텐데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공경하지 않고, 축일도 선택기념일로 지내면서 어떻게 전 세계 신자들이 공경할 수 있도록 성인반열에 올려달라고 교황청에 청할 수 있겠는가! 우리 교회가 먼저 124위를 잘 공경하여야 시성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124위 시복식을 준비하면서 이분들을 제대로 공경할 수 있도록 알리지도 못 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널리 알려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축일을 잘 지내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19년 5월 26일, 윤민구 신부(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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