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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아[7]사십 일간의 비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30 조회수581 추천수0 반대(0) 신고

이때가 노아가 육백 살 되던 때였다.
이레가 지나자 땅에 홍수가 났다.
노아가 그 가족을 다 승선시키고 그분께서 명령하신 모든 피조물을 방주에 들여놓고는
그분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아는 여태까지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당시만하여도 지상 최대의 걸 작품인 방주를 만들고서도 말이다.

여태 그분과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다는 것은 일방적인 나눔이었을 것이다.
그분은 주시기만 하였고 노아는 받기만 하였다.
받는다는 것은 순종이다.
육백세 된 노아의 일생을 성경 저자는 다루면서 한마디의 말도 없었다는 것은
그처럼 당대뿐 아니라 창세기 이래 노아만큼 순명만 한 의로운 이는
없었던 게 확실하다고 여겨진다.


벙어리가 아닌 이상 노아도 하느님의 피해자나 다름없는 정말 흠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 라멕이 노아라는 이름을 작명할 때부터 그의 운명은 이미 점쳐져 있었다.
“이 아이가 주님께서 저주하신 땅 때문에 수고하고 고생하는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의 이름을 노아라 하였다(창세 5,29).
 

이제 오랜 기간 건조한 그 거대한 방주의 진수를 앞두고 있다.
그 배가 어떻게 물에 잠기며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지는 노아 자신도 모른다.
그저 그분 시키는 대로 하기만하면 되었다.
이미 방주 밖에서는 그곳의 마을 사람들도
그 거대한 꼴 사나운 상자 모양의 방주를 구경만하고 있었을 것이다.

방주안의 온갖 짐승들도 어떤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징조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선뜻 그 정확한 방향을 점치지는 못했다.
말 못하는 동물들의 변화를 보면 그 배가 출항 후 파산당하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출항 전에 그기를 떠난다는 이야기는 들었을 정도의 낌새를 느끼는 것은
사람보다 예민함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느님께서는 방주의 문을 열어 놓은 채
그들을 위해 칠 일이나 문을 연채로 기다려주었다.
이 일 주일간의 고요 속에 어느 누구도 방주를 둘러싸고 드나드는 내왕이 없었다.
숲속의 풀벌레도 그 일상적 서식지를 그리워해서 나가지도 않았다.
사전에 그 어떤 낌새를 느낀 미물들의 요동도 전혀 없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그 웅장한 방주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간 그러려니 한 사람도
이 커다란 드라마틱한 드라마에 ‘나만이라도 태워 달라.’라고 애걸복걸 부탁하는 이도
이 이레 동안에 없었다.

참으로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이다.
방주로 들어간 모든 것들은 하느님을 믿는 노아의 뜻에만 따라 움직였고
그 바깥은 노아의 뜻을 비웃거나 무관심으로 끝내 일관하였다.
하느님과 노아는 그 칠일 간을 그렇게 기다렸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보는 것 같다.
문을 열어 둔 채,
그분은 이제라도 하시면서 그들의 생명을 건저주시길 칠일 내내 기다렸을 것이다.
 

노아가 육백 살 되던 해 둘째 달 열이렛날, 바로 그날에 드디어 방주의 문이 닫히고
큰 심연의 모든 샘구멍이 터지면서 하늘의 창문들이 열렸다.
그리하여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가 내렸다.

노아의 나이 육백 살 되던 해의 둘째 달 열이렛날의 바로 그날이라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 날의 연도와 월일을 이렇게 정확하게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의 파괴의 그날을
후세대대로 거창하게 기념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이왕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만화 같은 설화를 이야기하면서도
거짓 아님을 모양새나마 강조하고자 날짜만이라도 확실히 해 두고자 하였을까?

아니다.
성경저자는 노아의 홍수는 분명히 있었고
홍수 이전의 그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창세기 인물의 수명의 기간도
지금의 그 기간과 같음을 분명히 짚어두기 위해서일게다.
다시 말해 나이의 계산 일자의 적용을 단 일분일초라도
지금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날 그 일자를 정확하게 기록하였다.
다만 그 시각은 몰라도 되었다. 
 

큰 심연의 모든 샘구멍이 터지면서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
사십 일 동안 밤낮으로 땅에 비가 내렸다.
사십 일이라는 이 거룩한 숫자의 시작은
큰 심연의 모든 샘구멍이 터지면서 하늘의 창문들이 열리면서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노아 8번째 '땅을 덮은 대홍수'가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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