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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의 고향 흥신리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02 조회수528 추천수1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모성애는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안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본능 그 자체다. 그래서 그 사랑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하늘 가정의 기둥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큰 기둥처럼 버티고 있는 한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가정의 수호천사라는 사실을 나는 믿고 있다. 아버지의 고향 흥신리로

일제 치하의 혼돈기에 우리나라 청년들은 장래가 보 이지 않았다. 나라가 없었으니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가 없었음 은 물론, 나라에서 그런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형 편도 아니었기에 좌절과 절망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해방을 맞은 후에 차츰 질서가 잡혀 가면서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장인 장모가 돌아가신 후에 일찍이 사업에 눈을 뜬 아버지의 소장사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우시장을 돌아다니며 힘 좋고 잘생긴 소들만 골라서 파는 중개인 역 할도 하셨지만, 당신이 직접 소를 사서 얼마 동안 집에서 키우다가 팔거나 곧장 다른 우시장에 가서 더 좋은 가격에 팔아넘기기도 했 다. 워낙 손재주를 타고난 분이라서 먼 길 오가는 소 발굽이 상하지 않도록 소의 발에 맞는 짚신을 짜서 신기기도 했다. 소를 보는 안목이 높은데다가 소를 돌보는 솜씨가 뛰어난 아버지 는 차츰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동구 밖에 서 소를 몰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소장수 미카엘이 귀가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 김 진사댁 사위 미카엘은 차츰 소장수 미카엘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되어 갔다. 일이 슬슬 잘 풀리면서 아버지는 누산리 처가로 오기 전에 할아버지가 당부하듯 하신 말씀을 다시 떠올렸다. "종철아, 데릴사위로 간다고 이씨 자손이 김씨 자손 되는 것은 아 니다. 적당한 때가 오면 식솔들을 데리고 본가로 돌아오너라." 하지만 누산리에 사는 동안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시고 흥산리 에 살던 형제들도 뿔뿔이 흩어져, 큰형님 한 분만 고향을 지키고 있 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식솔들을 거느리고 본가 로 돌아갈 작정을 하고 있었지만 얼른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귀향이 늦어진 것은 해방이 되면서부터 잘 나가던 소장 수의 기세가 크게 꺾인 탓이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씀씀이 가 많아지고 엉뚱한 곳으로 새면 당해 낼 도리가 없다. 아버지가 귀 향을 늦추게 된 것도, 우리 집 형편이 어렵게 된 것도 그 이유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어엿한 가장으로 아내와 다섯 아 이들을 거느리고 당당히 귀향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그 런 아들의 모습을 그때까지도 보여 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 려서, 늦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마침내 1949년 내가 두 살 되던 해에 우리 가족은 흥신리 불당 마 을로 이사를 했다. 이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오랫동안 아버지 가슴속에 깊이 묻어 두었던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하지만 그때 아 버지는 기쁨보다 서글픔이 더 크셨다고 한다. 남의 집에 세를 얻어 돌아온 아버지는 또다시 품삯을 받는 머슴살 이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귀향한 후에 결혼 전의 빈 곤한 모습으로 되돌아간 셈이 되고 말았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 다면 아내와 다섯 자녀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 졌다는 것이었다. 만일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데릴사위 로 들어간 아들이 처가의 재력을 바탕으로 크게 성공해서 귀향하기 를 바랐을 터인데, 옛날 가난한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할아버 지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린 셈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그 시기에는 나라 안팎의 정세가 참으로 어수선한 때이기도 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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