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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5일 연중 제18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05 조회수679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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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연중 제18주일 - 요한 6,24-35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영원성, 무한성>

 

 

    한 소년의 손때 묻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장정만 해도 5천명, 모두 합치면 만 명 가량은 족히 될 큰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한 마디로 ‘훅’ 갔습니다. 빵을 많게 하는 예수님을 바라보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 떠올랐을 것입니다.

 

    ‘이제 고생 끝이다, 이제부터는 이분이 계속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거듭하실 것이고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로 애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분만 따라다니면 평생 굶어죽지 않겠구나. 그간 숱한 고초를 겪어온 우리 민족의 해결사이니 이분만 따라다니면 먹고 살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그런 확신이 선 군중들은 그때부터 기를 쓰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일부 군중들은 예수님을 왕위에 앉혀야 한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속마음을 파악하신 예수님께서는 일찌감치 그들을 피해 호수 건너편으로 떠나가십니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군중들의 마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말로 ‘사생팬’ 저리 가라였습니다. 군중들을 따돌리는 예수님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위해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군중의 모습, 아직 깨달음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먼 군중, 오로지 모든 관심이 인간적, 세속적, 지상적인 것에만 머물러있던 군중들의 모습 앞에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시작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예수님께서는 썩어 없어질 육신의 양식과 영원히 살게 하는 영혼의 양식을 비교 대조하시면서 세상의 양식에만 온통 쏠려있는 그들의 시선을 한 차원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십니다.

 

    세상의 양식이 지닌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허기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한번 배부르게 먹었다고 그 포만감이 며칠, 몇 년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결코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유한성, 한계성을 지닌 빵이 세상의 빵인 것입니다.

 

    사실 출애굽 시절 모세 역시 일정한 기간 동안 만나의 기적을 통해 사막을 횡단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그 기적의 주체는 하느님이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분부하신 일을 집행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만나의 기적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이루어졌기에 지속성, 영원성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만나는 시나이 사막을 지나가던 얼마 안 되던 이스라엘 백성들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약속하시는 생명의 빵의 특징은 영원성이자 무한성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만 시행되는 한정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세세대대로 영원히 지속되는 상설 이벤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 빵이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빵입니다.

 

    그렇게 명쾌하게 잘 설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군중들은 깨닫지 못하고 이런 청을 예수님께 드립니다.

 

    “선생님, 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

 

    아직도 군중들은 자신들의 시선을 한 차원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먹고 사는 문제, 당장 해결해야 할 빵 문제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을 향해 그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육의 세계, 죄의 세계, 죽음의 세계를 넘어 영과 자유, 생명의 세례로 넘어올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지만 군중들의 귀는 철저하게도 막혀 있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둔한 백성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생명의 빵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영원히 허기지지 않고 목마르지 않는 구원의 샘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오늘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 영원히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할 일 역시 오직 한가지입니다.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매일 미사를 통해 나누어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먹는 일입니다. 그분께서 메시아임을 굳게 믿는 일입니다. 그분의 가르침-복음-에 따라 사는 일입니다. 그분께서 가르쳐주신 생명에 이르는 길-사랑의 길-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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