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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믿음과 의지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07 조회수768 추천수15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 18주간 수요일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제1독서: 예레미야서 31,1-7   
복음: 마태오 15,21-28







성가정과 어린양
라파엘로(Raffaelo Sanzio) 작, (1507),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믿음과 의지>

   저는 사제관에 걸려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습니다. 저도 신자들이 편하게 전화를 걸면 편하게 받아주는 사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사달라거나 도와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이 오고, 어떤 때는 새벽에도 느닷없이 전화하는 분들이 있어서 자연적으로 잘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강의부탁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본당 사무실을 통하지 않고서는 저와 연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이곳저곳 강의를 다녔지만 요즘은 거의 다 거절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8월 중순부터 신학교에도 2과목 강의를 나가는데 그것도 준비해야 하고, 교구에서 해야 하는 강의도 있고, 또 본당 일도 나름대로 바쁘기 때문에 교구에서 부탁하는 것 외에는 강의를 나가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오늘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라고 하시거나,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다른 곳에 강의를 많이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본당신자들에게는 소홀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당신부라면 본당에 먼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며칠 전부터 교구 한 평신도 단체가 하루 피정을 한다고 사무실을 통해서 저에게 강의를 부탁해 왔습니다. 저는 전화번호만 받아놓으라고 하고 전화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계속 전화를 하셔서, 결국 제가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서 거절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전화를 한 것입니다.

통화하다보니 다행히 일일피정 하려고 하는 날이 신학교 수업시간과 겹쳐서 안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오후라도 와 주시면 안 되시겠느냐고 해서 오전 오후 한 신부님이 강의하시는 것이 내용도 이어지고 좋을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거절하였습니다. 그 분은 잘 아시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엔 요일을 옮기면 하실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 그 때도 시간이 되는지 봐야지요?”하며 비싸게 굴었습니다. 그 분도 끈질기고 저도 끈질겼습니다.

또 며칠 뒤 협의해 보니 날짜를 옮기는 것은 안 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대신 처음에 하고자 했던 날 오후에 강의를 몰아서 해 줄 수는 없느냐고 다시 물어보셨습니다. 학교 수업이 오전에만 있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더 이상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감히 예수님과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그 자매님은 오늘 복음의 가나안 부인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수님도 저처럼 집중해야 하는 순서를 따지셨습니다. 저는 본당에 파견되었으니 본당이 우선이고, 예수님은 우선적으로 이스라엘에 파견되었으니 이스라엘이 우선이셨던 것입니다. 아내가 있는 사람이라도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아내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가나안 여인이나 그 자매님처럼 자신이 무엇을 바라던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소외된다고 느꼈을 때는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구세주시라면 온 세상을 위해 오셨어야 하고, 저도 사제라면 모든 신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면도 있는데, 너무 비싸게 군다고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께 자녀가 아닌 개 취급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예수님께 청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으로 사는 사람이었다면 화를 내고 돌아섰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끈질기게 청하는 가나안 여인에게,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면에서 믿음은 끈질기게 청하는 의지와 비례함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낙심하거나 지치지 않고 끈질깁니다.

저에게 여러 번 거절당하면서도 끝까지 강의를 청했던 그 자매님도 그렇게 끈질기시기에 믿음도 크신 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나안 여인 때문에 기쁘셨던 것처럼, 저도 그 분의 믿음 때문에 기쁘고 오히려 비싸게 군 것이 죄송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마더 데레사는 30년 동안 어둔 밤을 지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처음의 뜨거움을 더 이상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리스도께 충실하셨습니다. 만약 감정으로 사는 분이셨다면, 당신에게 영감을 주지 않는 예수님을 원망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는 의지로 사셨습니다. 의지가 곧 믿음의 바탕인 것입니다. 의지가 끝까지 겸손하게 만들어 은총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께 섭섭하다는 느낌이 들 때라도 끝까지 충실해서, 그 분을 기쁘게 해 드리는 신자들이 되어야겠습니다. 믿음으로 청하는 사람은 끈질겨 지치지 않습니다. 의지가 꾸준하게 하고 끈질기게 해서 결국은 은총을 얻어내게 합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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