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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8일 수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08 조회수848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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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수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 마태15,21-28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예수님의 본심>

 

 

    마귀 들린 딸을 구하기 위해 간절히 청하는 가나안 여인의 청을 거듭 세 번이나 거절하시는 예수님의 모습, 꽤나 의아한 장면입니다. 아무리 이방 여인이라 할지라도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대하실 수 있는가? 의문을 품는 분도 많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 마귀 들린 딸의 치유를 구하는 가나안 여인의 모습은 간절하다 못해 처절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임을 확인하자마자 거의 울부짖듯이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청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척척 치유해주시던 예수님께서 여인의 강렬한 외침에 입도 뻥긋하지 않으십니다. 보다 못한 제자들이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 예수님께 여인 대신 치유를 청합니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간청에도 예수님의 태도는 한결같습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앵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그 말씀을 엿들은 가나안 여인이 이번에는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하기까지 하며 거듭 간청합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 정도 선에서 매듭지었으면 좋으련만 예수님의 태도는 계속 강경하기만 합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 어떤 사람이 들어도 제대로 ‘빈정 상할’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을 것입니다. ‘아무리 이방인이라고 하지만 목전에 두고 나를 강아지 취급하시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듣던 바와는 완전히 다른 양반이네.’

 

    그러나 가나안 여인도 만만치 않습니다. 큰 참으로 모욕적인 말씀 앞에서도 그녀는 일관되게 청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여인의 청을 세 번이나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인을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시종일관 같은 태도로 거듭 딸의 치유를 청합니다.

 

    세 번이나 거듭되는 여인을 향한 예수님의 냉대에 대해 묵상해봤습니다. 결론은 이랬습니다. 예수님의 냉대는 진짜 냉대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본심, 진의는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여인의 마음 안에 참 신앙, 보다 열렬한 믿음을 일으키기 위한 방편으로 거듭 냉대하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나안 여인의 딸을 향한 사랑이 지극했습니다. 딸만 치유된다면 그 어떤 수모라도 견뎌낼 각오가 되어있었습니다. 거듭되는 예수님의 거절 앞에서도 딸만 살려주신다면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참고 견뎠습니다.

 

    더불어 가나안 여인이 지니고 있던 겸손이 대단했습니다. ‘나는 정말이지 이방인 중에 이방인입니다. 주님께서 저를 개로 취급당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크신 주님 앞에 저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향한 그녀의 믿음이 놀랍습니다. ‘지금 비록 예수님께서 거절하시지만, 아마도 내게 더 큰 믿음을 주시려고 그러시는 걸거야. 거듭 청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마음을 바꾸시고 내 간절한 청을 꼭 들어 주실거야.’하는 마음으로 청하고 엎드리고 울부짖었습니다. 
 

    그 결과 큰 은총과 축복이 그녀에게 내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크게 칭찬하시며 청을 들어주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가나안 여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결코 물러서지 않는 담대함, 끝까지 기다리는 인내, 심연의 바닥까지 자신을 낮추는 지극한 겸손, 그리고 하늘을 움직이는 강한 믿음, 오늘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의 덕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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