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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10일 금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0 조회수622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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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금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요한12,24-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이제 뒤집어 주실래요?>

 

 

    라우렌시오 부제는 기원후 258년 잔인하고 혹독하기로 유명했던 발레리아누스 로마 황제 때 순교한 성인이니만큼 거의 전설 속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박해자들 앞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얼마나 당당하고 거룩하였던지 여러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라우렌시오는 교황 식스토 2세 교황의 부름을 받고 부제로 선발되었습니다. 당시 로마 부제는 총 7명이었는데, 라우렌시오는 부제들 가운데서도 수석 부제로 임명되어 중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교회의 재산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동시에 가난한 이들에게 구호품을 분배하기도 하였으며 동시에 교회 내 자질구레한 잡무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우렌시오는 정직하고도 충실한 관리자로서 식스토 2세 교황님을 잘 보필했습니다.

 

    희미하게나마 교회 기록에 남겨진 자료를 통해 그의 영웅적인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박해가 점점 심해지던 시절 교황 식스토 2세는 지하 무덤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로마 황제는 지체 없이 교황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며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교황의 오른팔 격이었던 라우렌시오를 폭군이 그만 둘리 만무했습니다. 난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교활하기로 유명했던 발레리아누스는 라우렌시오 부제를 살살 설득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황제는 교회의 재산들, 특히 금으로 된 성작, 성반들이 탐이 났던지 교회의 보물들을 모두 모아 자신에게 바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러저러하리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며 회유책을 제시했습니다.

 

    라우렌시오는 그렇게 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답변합니다. 그 답변 이후 라우렌시오 부제는 엄청 바빠졌습니다. 당시 관리하고 있는 교회 재산, 보물, 귀중품, 기타 등등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박박 긁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주었습니다.

 

    부모 없이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던 고아들에게 뭉칫돈을 하나씩 쥐어줬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한숨만 쉬며 살아가던 여인들에게는 금으로 된 성작을 건네며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라고 말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폭군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길길이 뛰면서 라우렌시오 부제를 당장 끌고 오라고 명합니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폭군은 사형도구로 고기 구울 때나 사용하는 석쇠를 달구라고 지시합니다.

 

    ‘모아오라는 보물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묻는 황제의 질문에 라우렌시오 부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둘러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교회의 보물입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옷 벗김을 당한 라우렌시오 부제는 한 마리 굴비처럼 빨갛게 달궈진 초대형 석쇠 위로 올라갑니다. 그가 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셨던 교황 식스토 2세께서 순교하신 지 나흘 째 되던 날 AD 258년 8월 10일의 일입니다.

 

    라우렌시오가 우리에게 남겨준 천상적 덕행의 목록은 다양했으나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영웅적인 증거, 교회 공동체를 위한 관대한 봉사,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극진한 사랑, 교황께 대한 충실과 헌신...

 

    “활활 타오르는 불꽃조차도 라우렌시오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라우렌시오의 육체를 불태우던 뜨거운 화염도 사랑으로 가득 찬 그의 영혼을 불태울 수는 없었습니다.”(성 대 리옹)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라우렌시오는 빨갛게 단 석쇠위에서 누운 채 지글지글 익어가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봐야만 하는 극한 상황 앞에서도 그리도 당당했다고 합니다. 긴장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형 집행관을 향해 이런 농담을 건넸답니다.

 

    “한쪽은 다 익은 것 같으니 이제 좀 뒤집어주실래요?”

 

    “라우렌시오는 영성체로써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습니다. 그 힘으로 그는 그토록 혹독한 고통도 웃으며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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