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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도 신부가 될 수 있나요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1 조회수555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처음에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쓰셨는데, 남에게 대필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서 독학으로 글을 익혀 편지를 쓰셨다. 그래서 어머니의 편지 한 구절 한 구절은 너무 소중하고 고마웠다.
사제의 어머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정말 우리 찬우를 사제로 만들어 주신다면 그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신부가 될 수 있나요

우리 마을에는 성당이 없고 대신 공소가 있었는데, 김포의 본당 신부님이 일 년에 두 번 우리 공소에 오셔서 미사를 봉 헌했다. 그때 나는 가족들과 대축일 미사에 참례하곤 하였다. 미사 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 곁에서 나란히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 는 것이 정말 좋았다. 미사를 집전하러 오시는 분은 대부분 외국 신 부님들이었는데, 엄숙한 분위기도 좋고 인자한 외국 신부님들의 서 투른 한국말 강론도 재미있었다. 우리 가족은 일 년에 서너 번 김포에 있는 본당 미사에 참례했다. 그때마다 나는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깊은 행복감을 맛보았다. 하지 만 당시 나는 감히 사제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런 데 어느 날 천주교 신자이신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찬우야, 너 혹시 신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니?" 나는 크게 놀랐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선생님의 말 씀을 듣는 순간 나는 신부가 될 수 있다거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그럼 나도 신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신부란 특별한 사람들만 되는 것이지 나 같은 사람도 커 서 신부가 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은 나도 신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제가요? 저도 신부가 될 수 있나요?" "그럼, 너라면 충분히 신부가 될 수 있지." "왜요?" "넌 착하고 공부를 잘 하잖니. 너한테 그걸 묻는 이유는, 신부는 머리가 좋아야 하고 성적이 뛰어나야만 되기 때문이다. 너 김대건 신부님 알지. 그분도 마음이 착하고 공부를 잘해서 신부로 추천을 받았단다. 그러니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정말이에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건가요?" "그래, 네 결심이 중요하지. 아직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신부님이 되려면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신부란 어떤 길을 가야 하며, 신학교 란 어떤 학교이고 진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자세 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담임선생님이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다만 내가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후 나는 조금씩 성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어머니의 의견을 여쭈어 보았다. "어머니, 저 신부님 되면 어때요?" 어머니는 내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네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니?" "담임선생님이 저라면 신부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내가 장난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는 갑자기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니! 너 그럼,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잠시 눈을 감고 성호를 그으며 기 도를 하셨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정말 우리 찬우를 사제로 만들 어 주신다면 그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때 나는 어머니의 얼굴에 기쁨과 감사의 미소가 넘쳐흐르는 것 을 보았다.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어머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어쩌면 지옥으 로 뛰어들라고 해도 서슴없이 뛰어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 는 나에게 사랑 그 자체였고, 하늘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날 내 반짝이는 눈빛을 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어머니 한 분밖 에 없다. 그리고 어머니의 눈빛이 얼마나 반짝였는지 본 사람도 나 밖에 없다. 어머니는 나를 끌어안으셨다. "찬우야, 정말 고맙고 장하다." 그런데 그후 어머니는 한 번도 내 앞에서 더 이상 좋아하는 기색 을 보이지 않았다. 내 첫마디에 크게 놀라서 기뻐하시긴 했어도, 어 머니의 뜻을 거슬러 본 적이 없는 막내가 혹시 자신의 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마음을 바꾸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어머니와 가족들의 축복과 기쁨 속에서 신학교에 입 학할 수 있었다. 내가 집을 떠날 때도 어머니는 막내와 헤어지는 아 픈 마음을 감추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제의 길은 참으로 어렵다. 우리 집으로서는 이보다 더 큰 영광 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니 가서 열심히 하거라. 엄마는 네가 꼭 훌륭 한 신부님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 마음으로 너를 보낸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어머 니는 이미 내 마음을 잘 읽고 계셨다. 이제는 사랑하는 막내아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이 크겠지만, 어머니는 나를 신학 교에 보낸 그날부터 기도 하나가 더 늘었다. "하느님, 우리 찬우를 훌륭한 사제가 되게 해 주십시오." 그 기도소리가 내 귀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어머니의 기도 의 힘을 믿었다. 비록 어머니는 지금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어머니 의 기도소리는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힘든 삶 속에서도 나는 어머니의 희망이고 기둥이며 기쁨이고 위로 였다. 나 역시 어머니는 나의 희망이고 힘이었으며 미래였고 꿈이었 다. 어머니의 깊은 신앙심으로 보면 이제 당신의 막내아들이 하느님 의 사제로 거듭나는 것밖에 더 큰 기대와 보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 고 어머니의 기대와 보람을 위해서 내가 할 일도 하느님의 사제로 거 듭나는 일밖에는 없다. 어머니는 공부 잘하고 착한 막내아들이 사회적으로 출세해서 효도 도 받고 가문의 영광을 드러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을 터 이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으셨고, 내 결정을 하느님 앞에 흔쾌히 허락하시고 오직 기도로만 대답하셨다. 나는 마침내 어머니에게 응석부리던 막내아들의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제 어머니에게 나는 막내아들 찬우가 아니라 하느님의 부 름을 받아 사제직을 수행해야 할 예비 신부였다. 그래서 더 이상 엄 마의 막내아들 행세를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 마침내 내가 정식 사제가 되자 어머니는 나를 마치 다른 본당 신부 를 대하듯 깍듯이 존경하며 존댓말을 쓰셨다. "우리 요셉 신부님께 맛있는 것을 해 드려야 할 텐데. 신부님, 드 시고 싶은 것이 뭐예요?" 나는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싫었다. 어머니가 평 소에 막내아들을 대하듯 흉어물 없이 말씀해 주시기를 원했다. "찬우야, 뭘 먹고 싶은지 말해 봐. 엄마가 다 해 줄께." 신부가 된 후에도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 랐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어머니, 제가 막내아들 맞아요? 어머니가 존댓말을 하시니까 너 무 섭섭해요." "난 막내를 떠나보낸 지 오래예요. 내가 신부님에게 해야 할 도리 를 지키는 것이니, 내가 하는 대로 놔 두세요." 나는 이제 어머니의 응석받이 막내아들이 될 수가 없었다. 하느님 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신부는 그렇게 어머니와 심정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했다. 나는 지금도 막내아들 찬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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