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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9주일/생명의 빵-영혼의 곡기/양승국 신부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1 조회수630 추천수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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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빵                      원 근식 엮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요한 6,41-51­


영혼의 곡기

임종환자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곡기(穀氣)’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특히 노환으로 인해 임종이 가까워진 어르신들, 어느 순간까지는 누워 있는 상태에서도 숟가락으로 미음을 떠서 입 가까이 가져다드리면 어렵사리 드시곤 하십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숟가락을 가져가도 입을 꽉 다무십니다. 고개를 저으십니다. 곡기를 끊으시는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체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에너지 공급이 안 되다보니 건강은 순식간에 악화됩니다. 의식도 점점 몽롱해집니다. 그리고는 며칠 못 넘기시고 임종을 맞이하십니다.

‘곡기’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강한 우리들에게 있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것 별 일 아니라고 생각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고, 은혜로운 일인 지 모릅니다.

소화기능이 약하신 분들 가운데 죽 한 그릇 앞에 놓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실랑이를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먹고는 싶은데 몸에서 안 받는 분들 그분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삼 시 세끼 잘 먹어 줘야 흡수된 음식물이 에너지로 변환되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며칠 밥 못 먹으면, 곡기 끊으면 그 길로 내리막길이요, 황천길입니다.

‘육신의 곡기’도 이처럼 중요하지만 ‘영혼의 곡기’는 그에 못 지 않게 중요합니다.

‘육신의 곡기’는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특A급’ 으로 챙기지만, ‘영혼의 곡기’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앙생활, 영성생활에도 곡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신앙생활에 있어 곡기란 다름 아닌 성경말씀과 성체입 니다.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성경말씀을 꼭꼭 씹어 드셔야만 합니다. 매일 무상으로 우리에게 건네 는 성체를 지극한 정성으로 받아 모셔야만 합니다.

우리가 성경말씀과 성체로부터 멀어진다면, 마치도 곡기를 끊은 임종환자처럼 생명력을 잃게 될 것입 다. 우리의 영혼은 고사상태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성경말씀과 성체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쩌면 그는 살아 있어도 이미 죽은 목숨 입니다.

영혼의 양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은 우선 재미가 없습니다. 세상만사가 시시합니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많은 감사거리 앞에서도 매사에 불평불만입니다.

진정으로 우리가 살기를 원한다면 영혼의 곡기를 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삼시세끼 밥 먹듯이 지속적으로 영혼의 곡기를 드셔야만 합니다.

성경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통해 우리 영혼은 깨어날 것입니다. 진정으로 숨 쉬게 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참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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