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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13일 *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3 조회수773 추천수15 반대(0) 신고


8월 13일 *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마태17장 22-27절

 

“우리가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어이없고 황당한 성전세>

 

 

    탈출기는 성전세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인구 조사를 받는 스무 살 이상의 남자는 누구나 주님께 예물을 올려야 한다. 성소 세켈로 반 세켈을 내야 한다.”(탈출기 30장 13절)

 

    그럼 반 세켈의 화폐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약 두 데나리온 정도였습니다. 통상 한 데나리온은 노동자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나라로 치면 10만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성전세 납부 시기는 통상 과월절 전까지였습니다. 유다인들은 과월절이 되기 전에 예루살렘 성전을 직접 방문하여 납부하곤 했습니다. 예루살렘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위해서는 세리들이 방문 징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성전세의 용도는 유다인들 삶과 신앙의 중심인 성전의 유지, 관리, 보수 등 전반적인 운영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성전세 수입이란 것이 당시 막대한 것이어서 로마로부터 예루살렘이 파괴되기 전까지 성전세 수입을 계속되었는데, 아무리 지출해도 남아돌다보니 나중에는 성전에 금으로 된 포도송이를 제작해 장식해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고국 이스라엘을 떠나 해외에 나가 살던 유다인들을 ‘디아스포라’라고 칭했는데, 그들도 1년에 한번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성전세를 꼬박꼬박 바치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방국가의 돈을 유다 세켈로 바꾸어 바치도록 되어 있어 환전상들은 막대한 환전차익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거룩해야 할 성전이 자꾸만 훼손되어 갔습니다.

 

    그런데 당시 성전세 납부를 면제받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거지들은 납부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또한 성전에서 봉사하는 사제들도 제외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존경받는 랍비들도 제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예수님은 당대 선풍적인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던 큰 스승이셨기에 당연히 성전세 납부 제외 대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전세를 왜 바칩니까? 성전을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성전의 주인에게 성전세를 바치라고 한다면 이처럼 웃기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어이없고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는 경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전의 주인이신 예수님, 그리고 그 예수님과 신앙 안에서 한 가족이 된 제자들은 당연히 성전세 면제의 첫 번째 대상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겸손하십니다. 성전의 주인이셔서, 이 세상 전체, 삼라만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아들이셔서 성전세를 낼 이유가 전혀 없지만 성전세를 내라고 하십니다.

 

    혹시라도 예수님께서 성전세를 내지 않으셨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당신께서 추진하고 계시는 인류구원사업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를 상황이었기에 아주 조심스럽고 지혜롭게 처신하신 것입니다. 성전세라는 것 필요한 것이었지만 목숨 걸고 고수해야 할 절대 진리가 아니었기에 예수님께서 큰 마음먹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특별한 지시를 내리시는데, 참으로 그 내용이 의아하기 짝이 없습니다.

 

    “호수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올라오는 고기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아라. 스타테르 한 닢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왜 예수님께서 당시 제자 공동체 총무였던 유다에게 한 세켈 달라고 해서 베드로에게 주면서 “옛다. 빨리 갖다 바쳐라!” 하지 않고 낚시를 하게 보내십니까? 그리고 입을 열어보게 하십니까? 또 희한하게 고기 뱃속에서 동전을 꺼내 성전세를 바치게 하십니까?

 

    이 부분에 너무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지전능하심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당신은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들이자 온 세상의 주인으로서 세상만물 삼라만상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시고 다스리신다는 것을 밝히시는 것입니다. 그깟 성전세 몇 푼에 연연하는 분이 아니심을 명명백백히 제자들에게 드러내 보이시는 것입니다.

 

    참으로 겸손하시고, 또한 코믹하시고, 더불어 지혜로우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돋보이는 복음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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