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8월 14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4 조회수711 추천수17 반대(0) 신고


8월 14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R) ** 마태18,1-5.10.12-14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은총의 조건, 겸손>

 

 

    생각할수록 정말 중요하고도 좋은 질문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이 땅에 온 인간은 누구나 ‘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기 안에 뿌려진 작은 사랑의 씨앗을 잘 관리해서 한 그루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 작은 자아를 벗어던지고 이웃들에게 기쁨이 되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큰 인물로 변화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근본적인 과제입니다.

 

    따라서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간단명료합니다. 누가 더 성숙했는가? 누가 더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섰는가? 누가 더 희생적인가? 누가 더 사랑을 많이 실천했는가? 누가 더 거룩하고 순수한가? 누가 더 세상을 초월했는가?

 

    그러나 제자들이 던진 “하늘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은 분위기상 살짝 ‘덜 떨어진’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늘 인간적인 잣대와 인간적인 시각으로 줄 세우는데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제자들 역시 아직 걸어야 할 성숙의 길이 많이 남아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하늘나라와 지상의 나라를 구분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들은 하늘나라에서조차 ‘누가 더 강한가? 누가 더 재산이 많은가? 누가 더 힘이 센가? 누가 더 서열이 높은가?’가 궁금했던 것입니다.

 

    영적이고 내적이며 초월적 성숙을 통한 큰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육적이고 외적이며 찰나적인 현세 방식으로 큰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먼 제자들보기가 무척이도 한심하고 민망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제자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 혁명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아주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제자들을 교육시키십니다. 지나가던 어린이 하나를 불러 제자들 가운데 세우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 눈에 어린이는 언제나 약하고 부족한 존재, 그래서 항상 누군가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 여기에 키포인트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어쩌면 하느님 앞에 어린이 같아야 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 얼마나 위대하신 분인지, 얼마나 전지전능하신 분인지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하느님 앞에 자신은 언제나 늘 미소하고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파악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권능 앞에 자신의 무능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하느님의 영원성 앞에 자신의 유한성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어린이처럼 되라는 권고말씀이 상황파악 못해서 좌충우돌하고, 떼쓰고 졸라대고, 자신의 틀 안에만 사로잡혀있는 철부지 어린이로 살라는 말씀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와 의탁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런 삶은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예수님은 완전 어린이였습니다. 매사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추구했고, 아버지께서 원치 않은 것이라면 단 한걸음도 내딛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려주신 청사진에 따라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충실히 그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린이처럼 되라는 말씀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처럼 살라는 권고말씀입니다. 어린이처럼 되라는 말씀은 예수님처럼 겸손하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순간순간 흘러넘치는 하느님의 은총을 꾸준히 받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겸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