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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막내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야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7 조회수433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막내가 돌아올 때까지 살아야지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회갑 때 그저 가족끼리 밥을 먹거나 노부부가 여행을 가는 식으로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회갑을 맞이하면 큰 잔치를 열어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그런데 안타 깝게도 나는 어머니의 회갑연에 참석하지 못했다. 1976년 어머니 회갑 전에 로마 유학을 떠났기 때문이다. 1975년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10년이 되는 해였고, 교 황께서 주교품을 받으신 지 25주년(은경축)이 되는 해였다. 교황 바 오로 6세는 1975년을 성년(聖年)으로 선포하고 교황님의 영명축일 이기도 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축일에 전 세계 부제들을 초 청하여 사제 성품을 주셨다. 그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나와 또 한 명 의 부제가 초청되어 사제 성품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나는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직접 사제 성품을 받는 것은 물론 로 마에서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학위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있는 행운의 기회였으 며 신학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하지만 내가 로마 유학을 가게 되었다는 뜻밖의 말을 들은 어머니 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교황님께 직접 사제 성품을 받는 것은 정말 영광이라고 하시면서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말씀하셨다. "찬우야, 나는 이제 환갑의 나이다. 노인네는 앞날을 장담 못 하는 법인데, 모든 게 하느님의 뜻이긴 하지만 내가 우리 막내 돌아올 때 까지는 살아 있어야지---." 어머니는 신부가 된 아들이 귀국하기 전에 돌아가시면 어쩌나 싶 어 걱정이 많으셨던 것이다. 외조부모님들 모두 환갑 전에 돌아가셨 으니, 어머니도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 들이 교황님께 사제 성품을 받는 것이 기쁘면서도 혹시 이것이 막내 와의 영원한 이별이 아닌가 싶어 마음 한구석에 연민의 감정을 감추 지 못했던 어머니. 나 역시 어머니의 환갑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축하미사를 드리 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정말 내가 로마 유학하는 도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런 불효가 어디 있을까, 그런 불길한 걱정에 빠져 몹시 우울했다. 출국날 공항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 까워 나는 어머니를 공항에 나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이라도 지켜보겠다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어떻게 만류할 수 있을까. 내가 떠나는 날 어머니는 일찍부터 공항에 나와 계셨다. 밤새도록 기도로 지새우신 듯 얼굴이 퍽 까칠해 보였다. 하지만 슬픔을 머금 은 눈가는 이미 붉었고, 여러 번 몰래 눈물을 훔쳐낸 흔적도 역력했 다. 어머니는 혹시 먼 길 떠나는 막내아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이 아닐까 무척 조심하면서 조용히 당부의 말씀만 남기셨다. "공부가 어려워 포기하고 귀국하는 신부님들도 더러 있다고 들었 는데, 우리 막내는 공부도 잘 하고 모든 일을 충분히 책임질 것이고, 사제의 역할도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멀리 타국에서 말도 잘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겠지만 항상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어머니와의 이별은 왜 그렇게 짧고 아쉽기만 한지. 촉박한 비행기 출발시간 때문에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차마 떨 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17시간의 기나긴 비행시간 동안 나는 애써 울음을 참고 계 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묵주기도를 올리며 마음을 다 잡았다. 당시는 로마로 직행하는 항공편이 없어 내가 탄 비행기는 앵커리지를 거쳐 파리로 가는 항공편이었는데, 그 항로가 개설된 지 몇 달 안 되었을 때였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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