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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인, 이혼, 독신 - 8.1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7 조회수589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2.8.17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에제16,1-15.60.63 마태19,3-12

 

 

 

 

 



혼인, 이혼, 독신

 

 

 

 

 



제가 요즘 존경하는 분들은 성인성녀들이 아닌,

고달픈 삶의 현장에서 힘껏 가정을 꾸려나가는 형제자매들입니다.

이분들을 대하면 저절로 존경과 더불어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아마 하느님의 마음도 똑같을 것입니다.

 

힘든 세상 살아남는 것이 하느님께 대한 일차적 의무입니다.

세계 자살률 첫째라는 이 삭막한 현실의 나라에서

잘 살고 못살고를 떠나 끝까지 살아내기만 해도 구원입니다.

 


오늘은 ‘혼인, 이혼, 독신’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아주 광범위한 현실적 주제입니다.


누가 저에게 수도생활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저는 다음과 같이 일언지하에 답해 버립니다.

 


“수도생활은 공동생활입니다.

  수도생활의 어려움은 공동생활의 어려움이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생활 자체가 수도(修道)입니다.

  서로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취향이 같아서 사는 게 아닙니다.

  서로만 바라보면 얼마 못 살고 파탄입니다.

  다 하느님 중심의 방향을 바라보기에 평생 함께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가정공동생활을 하는 형제자매들 모두가 공감합니다.

사실 수도생활 못지않게 힘든 것이 부부생활입니다.


연애는 황홀한 착각이요 결혼은 참혹한 이해라 합니다.

 

사실 혼인이 이상이라면 이혼은 현실 같습니다.


평생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이자 순교적 수도자의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남성들의 외도 율은 태국에 이어 세계 두 번 째 이고

매춘 여성은 어림잡아 180만에 이른다니

깨어 노력하지 않으며 부부간 일치의 평생여정은 불가능합니다.

 


수도공동생활이든 가정공동생활이든 왕도나 지름길은, 정답은 없습니다.

늘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요 출발만이 있을 뿐입니다.


부부간의 일치도, 주님과의 일치도 평생과정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결혼했다 해서 한 몸의 부부가,

종신서원했다 해서 주님과 일치의 한 몸 관계의 수도자가 아닙니다.


미운 정 고운 정, 평생 믿음의 여정 중에 이뤄지는 한 몸의 일치요

바로 이게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20여 년 전에 들은, 재미있고 의미심장해 늘 기억해 자주 인용하는

부부 관계의 성숙과정을 보여주는 다음 예화입니다.

 


“십대 부부는 꿈속에서,

  이십 대 부부는 신나게,

  삼십 대 부부는 사랑하면서,

  사십대 부부는 싸우며,

  오십 대 부부는 미워하면서,

  육십 대 부부는 불쌍해서,

  칠십 대 부부는 고마워서 산다.”

 

는 역시 모든 부부들이 공감하는 예화입니다.

 


이런 우여곡절의 인내와 믿음의 과정 중에 성장, 성숙되어

마침내 한 몸의 부부가 됨을 깨닫습니다.


부부만이 아니라 주님과

한 몸의 일치를 추구하는 수도생활 역시 원리는 똑 같습니다.

 


혼인, 이혼, 독신에 대해

하느님 아닌 아무도 판단할 수 없으며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모두 그만의 하느님만이 아시는 성소요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것은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오늘 1독서가 주는 귀한 교훈입니다.

오늘 1독서 에제키엘서의 소제는

‘예루살렘의 역사-부정한 아내의 역사’입니다.


부정한 아내는 예루살렘을 또 하느님께 불충실한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이런 불충실한 예루살렘을 아내로 둔 남편인

하느님의 신의와 사랑이 우리에겐 최고의 가르침이요 위로와 힘입니다.

이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느님을 닮아

서로간의 약속에, 하느님과의 서원에 충실 하는 것이 구원의 지름길입니다.

 


“나는 너에게 맹세하고 너와 계약을 맺었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그리하여 너는 나의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어린 시절에 너와 맺은 계약을 기억하고,

  너와 영원한 계약을 세우겠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 중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는 내 사람이다.’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 말씀인지요.

 


인간의 변덕과 불충실에 개의치 않고 당신 계약에 항구하시며

충실하신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살아갈 때

우리 또한 서로의 약속에, 서원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습니다.

 


“여자로 3일만이라도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로선 불행한 삶이었고

  오로지 하느님만을 믿으며 어머니만으로 살아왔습니다.”

 

라는 오래 전 어느 자매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사실 계속되는 시련과 역경 중에도

끝까지 부부간, 또 주님과 신의를 다하는 분들을 대하면

저절로 감동하게 됩니다.

 


이런 이들이 하느님이 기억하시는

진정 위대한 참 사람들이요 살아있는 순교자들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당신 계약에 충실하시어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말씀의 생명과 성체의 사랑으로 우리의 성소를 굳건케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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