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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편지로 대신한 회갑 축하연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18 조회수907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편지로 대신한 회갑 축하연

나는 파리에서 다시 로마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로마에 도착해서는 수품식에 앞서 일주일간 피정을 하고, 사제품을 받은 이후에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너 무 바빠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하 지만 어머니가 처음으로 보내신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공항헤서 마 지막 본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가 내 게 보낸 편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신부님, 공항 밖으로 나와서 비행기 소리를 듣고 떠났구나 하며 막차가 없을까 봐 뛰어가 보니 차가 있어서 타고 누산리에 내려 택 시 타고 집에 들어오니, 쓸쓸한 맘 붙일 곳 없는 걸 억지로 참고 두 늙은이가 저녁 한 술 먹고 묵묵히 앉아 있다가 잤습니다. 첫날은 어찌어찌 쓸쓸한 마음을 추슬러 주무셨지만, 다음날 인천 큰누님 댁에 가셨다가 신학교에서 쓰던 나의 이불 꾸러미를 보고는 울음이 나올 뻔했다고 한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집에 와 어두침침 한 부엌에 앉아 계시다가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를 보자 울음이 터져 펑펑 우셨단다. 막내아들을 이역만리에 보낸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 아버지가 잘 도닥여 주셨으면 좋으련만, 좋은 데 갔는데 기도나 하지 울기는 왜 우냐며 버럭 소리를 치셨던가 보다. 수녀님이나 교우들이 모두 어머니를 뵐 때마다 아들이 교황님께 사제품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 으시냐며 인사를 해도, 한동안은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아닌지 그저 마음이 편치 않으셨다며, 내가 7월 초에 보낸 편지가 도착해 아들 소식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면 흐믓 하고 기쁘더라는 내용을 빼곡히 적어 보내셨다. 처음에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편지를 보내셨는데, 남에게 편지를 대필시키는 일이 쉽지 않아 독학으로 글을 익혀 나중 에는 혼자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가 그 힘든 생활을 하면 서 막내아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글공부를 다시 하신 것을 생각하 니, 어머니의 편지 한 구절 한 구절이 너무도 소중하고 고마웠다. 어머니가 손수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도 어머니도 쓰고 싶을 때 자유롭게 편지를 쓸 수가 있었다. 그후 나는 편지나 엽서로 자주 소식을 전하고, 사진이나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도 보내 드렸다. 어머니는 내가 보낸 사진을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벽에 붙여 놓으 셨는데, 암빠로 수녀님이 우리 집에 다녀오셔서 쓰신 편지를 보니 방 벽을 온통 내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으셨다는 것을 알았다. 유학 중이라 편지와 사진으로만 왕래하고 어머니 회갑에도 참석 하지 못했지만 나는 먼 이국땅에서 축하 미사를 올렸다. 또 주교님 과 교구 신부님들, 그리고 동창 신부들이 어머니의 회갑연에 오셔 서 축하 미사를 봉헌하고 축하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뻤 다. 나는 어머니의 회갑 축하를 편지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부활의 기쁨, 어머님께 드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오늘 회갑을 맞이하시는 어머님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 며, 옆에 같이 계신 아버님과 가족 모두에게도 인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오늘 바쁘신 성무 중에도 참석하셔서 공동미사 집전을 해 주신 공경하올 주교님과, 교구 선배 신부님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석해 주신 친지 여러분, 신자분께도 인사를 드리며, 같이 배우고 같이 지내 온 동창 신부님께도 감사와 인사를 드립니다. 일생에 한 번 이 뜻 깊고 기쁜 날에 참석해서 축하를 드리며 키워 주신 은공에 보답해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로서 마땅한 본분인 줄 아오나, 이 렇게 먼 곳에 있어서 오히려 항상 심려를 끼쳐 드려 죄스럽기만 합니다. 지나온 60평생, 오직 자식들 위한 염려와 뒷바라지에 곱디고운 얼굴에 이렇게 주름이 가득, 이게 바로 어머님이 겪으신 어려움의 산 표시가 아닌 가 생각됩니다. 세상에 자식 위하는 부모님의 마음 모두 한결같겠습니다 만, 특히 어머님이 겪으신 그 고통은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5남매, 그리 고 어려운 가정환경, 특히 저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겠죠. ---중략--- 어머니 고개 드시고 한번 웃어 보세요. 그리고 이 기쁜 날에 마음껏 춤도 추시고요. 제가 여기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어머님, 좋은 옷 입으시니까 한결 돋보이시네요. 처녀 시절에 아버님이 외할머니댁 앞을 자꾸 다니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아버님, 너무 숙스럽게 생각하지 마세요. 뭐 새삼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십니까? 드리는 이 작은 마음으로 선물을 받으세요. 그리고 멀리서 큰 절을 올 리겠습니다. 오늘 같은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하겠고요. 참석은 못하지만 이렇게 마음으로 참석해서 어머님께 마음껏 축하드립니다. 어머님, 이같 이 좋은 봄날, 이 기쁜 날에 마음껏 웃으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진심으로 다시 한번 축하를 드리며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사 랑과 평화 안에 안녕히 계십시오. 광석아, 이 편지는 어머님께 드리는 이 막내의 축하인사이며 참석해 주 신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인데, 미사 후 축하식 때 네가 좀 읽어 드 려 줄래? 그래, 이게 빠지면 내가 참석 안한 게 되니까. 꼭 이 선물과 함께 말이야. 1976년 4월 3일 로마에서 막내 신부가 드립니다. 이 편지는 어머니 회갑날 참석하지 못한 나를 대신해서 낭송되었 다. 나는 로마에서 미사를 통해 나를 신부로 키워 주신 어머님께 감 사를 드렸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은 생애를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 안에서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도드렸다. 그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후 세월은 32년이나 흘렀고, 어머 니는 당신이 걱정하시던 것과는 달리 환갑을 지낸 후로도 32년을 더 사셨다. 하느님의 지극한 은총에 감사하며 어머니의 편지에 담 긴 감사기도를 떠올려본다. "우리의 기도를 항상 들어 주시는 하느님과 성모님께 이렇게 은 혜를 입었으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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