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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머니가 원하는 진정한 효도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0 조회수655 추천수6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진정한 효도

신자들은 신부를 보면 독신으로 산다는 것을 먼저 떠 올리게 되는가 보다. 그리고 혼자 사니 얼마나 외로운가 묻지 않아 도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신자들 의 눈으로만 사제를 보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우리 안에 계신 것처럼 사제에게도 마찬가지다. 내 안 에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 안에 내가 있다. 그러므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살고 있듯이, 사제 역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늘 하느님과 함께 산다. 나는 로마에서 유학하고 있는 동안 공간적으로는 어머니와 떨어 져 살았지만 마음으로는 한 번도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 본 적이 없 다. 내가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 본 적이 없었다는 말은 나와 어머 니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 나 기도 중에 만났다. 나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람은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다. 또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하지만 싫은 사람과는 단 한 마디도 하기 싫다. 말은 둘째이고 잠깐도 곁에 있 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화도 자주 하고,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나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좋아 하며 그분이 내 안에 계시고 내가 하느님 안에 계시기에 하느님과 기도를 통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다.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늘 함께 살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왜 내가 외로워하겠는가.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어머 니 역시 막내아들 신부를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비록 멀리 로 마에 있어도 늘 어머니 생각을 잊은 적이 멊으며, 어머니 또한 마 음속에 오매불망 막내아들 신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외로울 수가 없다. 그러다가 어머니 의 약간 삐뚤거리면서 줄도 안 맞고 맞춤법도 틀린 편지라도 받는 날이면 나는 어머니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신 듯 눈물겹게 반가 웠고, 그 편지를 읽는 동안 마치 어머니의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 어머니는 편지에서 비록 감정 표현은 서투르지만 글보다 행간에 숨은 깊은 뜻이 저절로 읽혀지면서 어머니의 사랑이 커다란 그림 자처럼 다가와 깊은 감회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사제품도 외국에 서 받았고, 오랫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곁에서 보살펴 드 리지 못한 아쉬움과 연민의 정에 가슴 아팠던 적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전화도 자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편지 답장 역시 공부니 시험이니 하는 핑계를 대가면서 꼬박꼬박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외국에 살면서 어머니가 좋아할 물건을 봐도 사 드릴 여력이 없어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름다운 경치를 봐도 부모님을 모시고 구경시켜 드리지도 못하 고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어머니 입에 넣어 드리지도 못하니 막내아들 신부 되어 봤자 호강 한번 못 시켜 드리는 자식, 뒀다 뭐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에게 편지로 썼다. "어머니, 제가 자식 된 도리로 아무것도 못해 드리고 있으니 안 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막내의 마음만 크게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어머니에게서 답장이 왔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저 다른 사람 들이 날 보고 '자식 참 잘 키웠습니다' 라는 말을 듣게 해 주는 것 이 바로 효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는 사람마다 내가 널 잘 키웠 다고 말해 주니 그보다 네가 부모님한테 뭘 더 효도하겠느냐. 참으 로 잘 자라 주어서 고맙고, 주위에서 그런 말 듣게 해 주어서 고맙 다." 나는 어머니의 그런 편지를 받고 참으로 마음이 포근해졌다. 어 머니에게 좋은 것 사드리고 맛있는 것 사드리고 좋은 경치 구경시 켜 드리지 못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어머니는 그런 것들이 효도가 아니라는 점을 애써 말씀하시고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가를 확실히 알려주신 것이다. 어머니는 나같이 부족한 아들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고 자랑스러 워하셨다. 그것이 내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큰 사랑이 아니고 무엇 인가. 어머니는 내가 외국에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보내 줄 테니 편지에 써 보내라고 하셨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그런 부담 을 드리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왜 그런 부탁을 하지 않 는지도 알고 계셨다. 그래서 편지에 매번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고 여러 번 쓰셨다. 나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지만 어머니 역시 아들의 마 음을 헤아리고 있어서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마음의 국경이 없었 다. 국경없이 서로 마음을 넘나들다 보니 내 마음에 어머니가 사시 고 나 또한 어머니 마음속에 살아서 우리는 한 번도 떨어져 살아 본 적이 없게 되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애달파서 어머니를 향해 달려가는 내 마 음의 구름은 어느덧 빗물이 되어 눈물로 흐른다. 나를 생각하는 어 머니 마음 역시 그와 같기에 나는 여기서 자신 있게 어머니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어머니와 나는 로마와 서울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지금 은 편지를 쓸 수도 없고 전화를 할 수도 없지만,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어머니와 막내아들과 이미 마음이 하나 되어 내 안에 어머니 살고 어머니 안에 내가 살고 있으니, 대화도 전화도 편지도 필요 없을 만큼 하나가 되어 있다. 우리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하느님과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아직도 이 세상에 있는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그래서 나 의 기도는 곧 어머니의 기도가 되고 하느님의 기도가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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