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홀로 드린 첫 미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0 조회수634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홀로 드린 첫 미사

나는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하느님 의 은총이 벅차기만 한데, 더구나 전 세계에서 온 부제 357명과 함 께 성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서 바오로 6세 교황님으로부터 사제서 품을 받는 큰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서품식은 성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서 수십만 명의 순례자가 운집 해 있는 가운데 교황님의 주례로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10시 30 분경에 끝났다. 그런데 나는 그때 '군중 속의 고독' 이라는 말을 뼈 저리게 느꼈다. 구름처럼 모인 그 많은 사람 중에 기뻐해 줄 가족도 없이 나 혼자 라는 사실이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 화려한 서품식이 끝나고 홀로 방에 들어왔을 때는 더욱 외롭고 쓸쓸했다. 한국에서 사제수 품을 받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고 기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서품식 다음날은 사제로서 첫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서품식과 마찬가지로 나의 첫 미사는 쓸쓸한 경당에서 홀로 드려야 만 했다. 벽에 붙여 만들어 놓은 제대에서 첫 미사를 축하해 줄 가 족과 신자들 대신 벽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사를 드렸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고 말해도, 응당 들려와야 할 '또한 사제와 함께' 라는 신자들의 화답 대신 그저 나의 목소리만 벽에 부 딪혀 돌아왔다. 홀로 미사를 드리는 나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 는 벽만이 '또한 불쌍한 너와 함께'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들의 이런 쓸쓸한 심정을 멀리서도 느끼셨던 것일까. 어머니는 '머나먼 곳에 가서 서품 받으신 것은 반갑고 감사하나, 부모형제 참 석 못해서 쓸쓸하셨겠죠. 한국에서도 섭섭합니다. 그러나 한국 분 들도 많으시다니 감사합니다' 하고 편지에 내 마음을 써서 보내 주 셨다. 물론 사제품 후 거의 두 달 지나서 받은 편지였지만 마치 그 날의 허전했던 마음을 어머니가 옆에서 보듬어 주시는 것처럼 가슴 이 따뜻해져 왔다. 로마행이 결정된 후에 당시 나는 학생 대표의 책임을 맡고 있어 서 학교 공부에 밀려 이탈리아어 공부를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로마 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이탈리아어를 익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사제수품 3일 후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페루자(Perug -ia)라는 도시로 가서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어학코스에 등록했 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 로마에 와서 피정을 하고 서품식을 마치고, 그리고 다시 로마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이나 걸리는 페루자를 오 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 페루자에 도착한 다음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짬을 내어 빨래를 하 기 시작했다. 열흘이나 밀린 빨래를 두 시간 이상 맨손으로 하다 보 니 손이 쓰리고 아파왔다. 그런데 빨래를 다 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마땅히 말릴 곳이 없어 방안에 줄을 치고 널었더니, 침대와 책상 하 나가 전부인 네 평짜리 방이 마치 거미줄로 둘러싸인 것 같았다. 겨우 마무리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숨을 돌렸지만, 방안은 온통 젖은 옷가지일 뿐이고 외국 생활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참으 로 한심하고 나 자신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였다. 어머니를 생각하니 이 정도로 불평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우리 다섯 남매가 벗어놓은 산더미 같은 빨랫감을 혼자 도맡아 하셨다. 더운 여름에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버쩍버쩍 나는 판에 아버지의 모시옷을 빳빳이 풀을 먹여 다림질까지 하셔야 했으 니 그 고생이 오죽했으랴. 그토록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어머니는 늘 "어쩌겠니. 그것이 다 내 팔자인걸" 하며 묵묵히 일하셨다. 나도 어머니의 흉내를 내어 입 밖으로 중얼거려 보았다. "그래 어쩌랴. 이게 신부로서 내 팔자인 것을."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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