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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거운 공짜 인생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1 조회수653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무거운 공짜 인생

사제는 교회와 신자들의 도움 없이는 사목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영원한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가난하게 살 아야 한다. 하지만 가난하게 살 것을 결심했다고 저절로 가난하게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늘 신자들로부터 받고 살아서인지 가 진 것은 많지 않지만 부유하게 산다는 느낌을 갖고 살고 있다. 이렇 게 살다보니 때로는 내가 그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마 음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로마에서 사제 성품을 받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커다란 은총이었다. 유학시절에는 건강에 무리가 올 정도로 정말 원 없이 공부를 한 시기였다. 하나를 배우고 나면 또 다시 주변에 배울 것들이 자꾸 눈 에 보여 가능하면 모든 걸 다 배우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하지만 한 정된 시간과 능력의 한계로 높은 산 밑에서 헤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교구에 신부가 부족하니 빨리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라는 주교님 의 편지를 받으면 빨리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유럽에 머무는 기간은 단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공부하는 신부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얻을 수 있 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방학 중에는 이곳저곳 여행을 하여 견문을 넓힐 수 있었고, 여러 성지를 순례하면서 나의 영적 생활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여 러 곳을 여행하면서 보기 좋은 풍경을 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은 참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지만, 모두 다른 이의 덕분인 공짜인 생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는 없었다. 사람이 모르는 것 없이 다 안다고 그것을 무엇에 쓰겠으며, 몇 나 라의 말을 잘 안다고 해서 또 그것을 무엇에 쓸 것인가. 더구나 신부 인 내게는 지식도, 언어도, 칭호도 아무런 필요가 없다. 그저 평범한 사제로서 열심히 일하고 신자들에게 사랑을 전해 주고, 또 그 속에 서 나도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그 당시에는 외국 유학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외국 에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교만이 될까봐 두려웟고, 또 내가 마무리 겸손하려고 노력해도 남들이 나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공부를 하게 된 것은 무척 좋 은 기회였지만 이 모든 것들이 소박한 사제로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박사학위를 딴 신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신부가 되고자 했기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치 어머니에게 약속이라도 하듯 교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만일 나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부모님께서 받으실 일이다. 나를 이렇게 키워 주신 분이 바로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아들이 사제가 되고 또 외국에 나가 공부도 하고 학위도 받게 되 었으니, 그것은 부모님에게는 기쁨이고 자랑이겠지만 부모님의 그 당연한 마음조차 속으로만 간직하고 주변에 내색하지 말아 주십사 할 정도로 교만을 경계했다. 내가 신부로서 주위의 도움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 지 봉사하는 길이다. 어머니는 작은 공소와 본당을 오가며 고생하는 신부님들을 딱하게 여기시면서, 아들 신부는 외국에 나갔다 왔으니 그런 고생은 좀 덜하지 않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물론 부모가 자녀에 대해 그런 염려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외국에 다녀왔다고 뻐기고 좋은 자리를 찾는다면 그런 사람이 과연 신부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사제의 길이란 남을 위한 봉사와 헌신이기에 내가 편안한 길만을 찾는다면 그것은 벌써 신부로서의 자격을 잃어버린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남보다 더 많이 배웠으니 그만큼 더 어려운 곳에서 더 많이 일해 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공짜인생의 무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는 길이니, 그것은 사제의 삶을 떠나 인간으로서도 당당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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