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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국인 신부를 위하여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2 조회수768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외국인 신부를 위하여

외국인 신부를 처음 대하는 신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젊은 신자들은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데도 적응이 빠르지만, 나이가 든 기성세대들은 생김새가 다른 것도 신기한지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식으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본다. 그리고 미사가 끝나면 외국인 신부가 말을 잘 하네 못 하네 이러 쿵저러쿵 비평하기에 바쁘다. 어머니가 다니시는 공소에 외국인 신부가 처음 왔을 때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신자들은 외국인 신부가 어설프게 한국말을 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들 말했다. "무슨 신부가 저래, 강론도 제대로 못하고---. 그런데 한편 생각 해 보면 참 불쌍하긴 하네." 어머니는 외국에 나가 있는 아들 신부도 지금 공소에 와 계신 외 국인 신부의 처지와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 의 예상과 다를 바 없었다. 페루자에서 어학공부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주교좌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사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 신부이니 주일 교중미사를 봉헌하 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사제는 모두 같은 사제지만 교회는 전통적으로 새 신부의 강복이 더 큰 축복을 내려 준다고 가르쳐 왔으므로 신자들은 새 신부의 첫 미사에 참석하여 첫 강복을 받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그래서 신자들은 새 신부의 강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줄을 서서 첫 강복을 받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미사도 아니고 주일에 그것도 신자들 이 가장 많이 참석하는 교중미사에 이탈리아어도 잘 못하는 내가 어 떻게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미사 경본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신학교에서 라틴어를 여러 해 동안 배웠으니 이탈리아어로 된 미사 경본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차마 거절할 수도 없어 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 동양 신부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신자들의 또 랑또랑한 눈빛을 마주하니 자신감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왜 미사를 맡았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부터는 미사를 봉헌한다기보다는 미사 경본을 읽는다는 표현이 더 저걸한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진땀을 흘려가며 경본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더듬더듬 미사를 봉헌하다 보니 어느덧 강복과 파견만 남았다. 아, 마무리라도 잘 해 야겠다 싶었던 나는 강복을 주고 마지막 파견의 말씀만은 신자들을 바라보면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신자들과 눈을 맞추며 미사의 말미를 장식했다. "평화가 끝났으니 미사 하러 갑시다." 그런데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입을 모으는 신자들의 분위기 가 영 이상했다. 좋아서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을 애써 참는 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알 수 없는 야릇한 분위기였다.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제의실로 들어왔는데 복사들이 배를 움켜잡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나는 '왜?' 만 연발할 뿐이었다. 저희 들끼리 한참을 웃다가 복사 한 명이 말하길, 신부님이 "평화가 끝났 으니 미사 하러 갑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뿔싸! 미사와 평화라 는 말을 바꿔서 한 것이었다. 그날 페루자의 신자들은 외국인 신부의 짧은 이탈리아어 덕분에 미사를 마치고 다들 웃으며 기분 좋게 집에 돌아갔을 것이다. 한국 산(産) 새 신부의 강복을 받고 말이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동안 벌 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니지만, 여기서 하나만 더 소 개하겠다. 이탈리아 말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선생님이 어학 수 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오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말해 보라는 것이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아침 6 시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빵 대신 피앗짜 (Piazza) 를 한 조각 먹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들 까르르 웃었다. 나는 피 자(Pizza)를 먹었다고 말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그만 '광장' 을 먹었 다고 했던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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