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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2 조회수663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22

점잖으신 손님 한분이 다가와 부드러운 말투로 혹, 장거리 운행도 하실 수 있습니까? 하며 택시에 올라타셨다. 손님께서는 조금은 미안한 듯 한 표정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하시며 기사님, 제가 초등학교 교장을 지내다 정년퇴임을 했어요. 늦게 막내아들을 두었는데 군에 입대하여 전방에서 근무하지 뭡니까? 그래 오늘 아들면회가려고 버스를 타고 남부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급한 김에 화장실을 들렸다 나왔는데 왠지 손이 허전하더라고요, 그래 생각해보니 가방을 화장실에 두고 나왔지 뭡니까 얼른 달려가 보니 역시 없더군요. 전화기며 지갑 모두 가방에 들어있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은 모양이에요. 기사님! 제가 차비는 넉넉히 드릴 테니 저희 집 좀 태워다 주시지요하며 웃으신다.

딱한 사정을 듣고 멀기는 하지만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출발하였다. 많은 요금이 나오는 장거리라 혹시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의심 점은 없는지 대화를 시도하였다. 장거리 손님을 모셔주고 빈손으로 올라온 경험이 택시기사들에겐 화재거리로 자주 등장한다. 내게도 여러 번 경험이 있기에 매우 신중하게 묻고 살피다보니 자존심이 상하신 것 같다. 손님께서 나를 못 믿는다면 차를 세워주세요! 다른 차를 타고 가겠습니다하신다. 점잖은 분께 실례를 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변명을 좀 해보았다.

오늘은 토요일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니 정체현상이 너무 심하여 목적지까지는 꾀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갔다. 밀려있으면서 생각한 것을 손님에게 말씀드렸다. 손님 제가 고속버스 차비를 드릴 터이니 버스를 타시고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시면 요금도 덜 들고 빠를 텐데 어떨까요? 하시니 아! 그러게 해주시면 정말 고맙지요 하신다. 차를 돌려 은행 앞에 대고 신용카드로 넉넉히 6만원을 빼드리고 괜찮다는데도 굳이 후하게 갚겠노라고 내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묻기에 어쩔 수 없이 알려드리고 강남 터미널에 모셔드렸다.

몇 달 후 서초동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려하는 가짜 교장선생님을 보게 되었다./ 지나간 기억이 주마등 같이 스쳐지나 같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내 원, 참!/ 택시를 우측에 정차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내 앞에 다가올 것은 뻔 한 사실이다./ 그때 멱살을 잡아 쥐면 된다./ 혹시나 길을 건너다 나와 마주치면서 나를 기억한다면 잽싸게 도망가 화를 면할 것이고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죗값을 오늘 톡톡히 치를 것이다./ 하지만 밖에 서있는 택시기사를 너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게 잡힐 것은 뻔 한 사실이다./ 거짓이지만 네가 적어준 주소의 필적도 있다./ 하여간 요놈, 너 건너기만 해봐라!

기억, 기억이란 되살아나는 것이며 시공을 넘어 새롭게 하는 것, 과거가 현실이 되는 것으로 본래의 자리에 있게 한다. 이 기억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대수롭지 않거나 꼭 잊고 싶은 기억들도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크게는 죽고 사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명의 말씀, 행복의 말씀, 계약의 말씀, 지시하신 말씀, 위로와 격려의 말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생명의 말씀은 기억하는 한 내가 살 것이며 행복의 말씀을 기억하는 한 내가 행복할 것이며 약속의 말씀을 기억하는 한 내게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주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을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으로 많은 위로와 도움, 함께하심을 알게 되었다. 하느님의 말씀은 생명이며 살아계시고 실천되는 것이다. 살아있지 않은 기억은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살아가며 힘들 때 마다 떠오르는 말씀들은 큰 위로와 용기를 주셨다. “나는 있는 자로다” “먼저 하느님나라와 그 의를 구하여라 그러면 모든 것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주님은 나의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 “성령을 받아라.” 수시로 내게 떠오르고 힘주시는 말씀들이다. 나 같은 죄인이 꼭 기억해야할 주님의 말씀들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과 약속, 명령, 신신당부하신 내용들이 성경에 모두 기록되어 있다. 욕심 같아서는 성경 전부를 외우고 기억하여 필요할 때마다 줄 줄줄 풀어놓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하느님 체험에 대하여 말할 때 꼭 알려주고 싶은 구절은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받을 것이다. 나도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다.” 가리웃 사람이 아닌 다른 유다가 “주님 주님께서 왜 세상에는 나타내 보이지 않으시고 저희에게만 나타내 보이시려고 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말을 지키지 않는다.”(공동번역)요한 14.21-23

성경에 기록된 꼭 기억해야할 그 말씀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가 22.19) 하시는 말씀 안에 모두 집약되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과 은총 구원과 용서 희생과 나눔 등 모든 것들이 성체성사 안에 잘 집약되어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말씀을 기억하며 최후 만찬 안으로, 콜고타 십자가 아래로, 성체성사 안에서 바르게 기억을 되살려 성 변화된 살과 피를 받아 모시며 예수님을 만나고 사랑의 일치를 이룬다. 우리의 기억은 2천년을 넘어 3천년으로 가고 있다. 역사 안에 기억이 없다면 교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며 나에게 구원의 은총이 전해졌을 리가 만무하다. 주님의 말씀을 잊지 않고 기억되는 한 주님께서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하실 것이다.                  “주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사랑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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