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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못난 사제, 못난 아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3 조회수606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낯선 땅, 그리운 얼굴 나와 하느님의 소통이 나와 어머니와 같다면, 나는 어머니를 통해 하느님의 영성을 볼 수 있고, 어머니 역시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영성을 보고 계실 것이다. 못난 사제, 못난 아들

'사제가 되는 것보다 사제로 평생 사는 것이 더 어렵 다' 는 말이 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7년간 신학교에서 생활하 며 학업과 성덕을 연마하고 장차 사제로서 살아갈 수련을 쌓아야 하 니 그것 역시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사제품을 받는다고 저절로 진정한 사제가 되는 것은 아니 다. 사제도 인간이기에 타고난 성격을 가진 채 사제로 살아가야 하 기에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신부도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죄인 이며, 고민도 많은 약한 인간이다. 그럼에도 신자들의 영성문제를 다루면서 그들을 하느님의 길로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다잡고 사제답게 살기 위한 노력을 평생에 걸쳐 해야만 한다. 지금이야 예순이 넘어 좀 여유가 있고 그저 허허 넘어가는 일도 많지만, 사제품을 받고 유학을 하던 시기에는 항상 시간에 좇기는 것은 물론 일상이 늘 긴장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일도 커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공부할 것도 많고 외국 생활에 적응도 해야 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덜 자란 사제여서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유학생활이 2년째 접어들자 집에서 오는 편지가 뜸해졌다. 어머 니야 어렵게 어렵게 편지를 보내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 른 형제들이 대신 편지를 챙겨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섭섭한 마음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성 어린 편지나 엽서를 받을 때면 더 컸다. 가족이 아닌 사람도 이렇게 나를 위로해 주는데 왜 가족들은 편지 한 장 없는 것일까.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전화 통화도 잘 안 되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다른 분의 배려로 집에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 기에 미리 편지로 연락을 해서 날짜와 시간을 마추어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답장을 속달로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답장이 제때 도착 하지 않아서 부모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에게 걱정만 끼쳐 드릴까 싶어 한동안 건강문 제도 감추고 편지에 형제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적어 보내게 되었 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저 속으로 삭이고 말 것을, 공부를 하느라 무 리한 몸이 아파서 더 예민해진 것인지, 사제로서 수양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당시에는 그저 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때의 편지를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참으로 쌀쌀맞게도 쓴 것 같다. "지금 이렇게 편지 보내니 전화는 이것으로 한 셈 치죠. 그러니 기 다리지 마세요." 편지를 받아 보신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마음 상한 아들이 얼마나 안쓰러우셨는지 어머니는 서둘러 답장을 보내셨다. 하느님 사랑, 어머니가 막내 아드님 신부님께 답장 그동안 궁금하더니 편지 받아 보니 반갑습니다. 몸도 건강하다니 감사합 니다. 이곳도 다들 편앙하시고요. 아버님도 몸 건강하게 잘 다니시고, 동네 도 편안하고, 서 신부님은 휴양 가시고 대신 다른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날씨는 7월 25일 비가 그친 후로는 비가 안 와서 콩과 고추와 김장배추 며 풀들이 다 타들어 가서 가뭄 걱정이 야단입니다. 이런 더위가 20년 만 이라고 하고요. 내 더위 생각을 하니 로마 더운 것이 더 안타깝구려. 말도 잘 몰라 얼마나 답답하신가요. 한국 음식이 생각나겠죠. 그런 모든 생각을 하면 울음이 울먹거립니다. 신부의 그 시원스런 모습 보고 싶군요. 학생들이 방학해서 왔는데 내가 무 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미리 알고 '사모님, 무슨 걱정이십니까. 이 신부님 은 출세하러 갔다' 고 위로를 하더군요. 인천 애들도 셋이 다 왔다 갔고, 먼저 편지 내가 썼더니 창석이가 '할머 니, 제가 옮겨 써 보내죠' 했습니다. 누님이 편지 없다고 섭섭하다며 편지 해 달라고 하더군요. 거기나 여기나 사람은 좋다 하겠죠. 편지는 8월 25일 받았습니다. 남들 말이 괜찮다고, 고기도 많고 과일도 많으니 걱정 말라고요. 하느님 은총 속에 두 분 내내 안녕하시길 기도드립 니다. 거기 사람들 보고 우리 엄마가 위로해 주라고 했다 하세요. 신부가 된 아들을 아직도 품안의 자식처럼 걱정이 얼마나 컸기에, 편지에 거기 사람들 보고 우리 엄마가 위로해 주라고 했다고 말하라 고 했는지, 웃음이 나오면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눈시울 이 붉어졌다. 나는 그때 '사제로서도 아들로서도 참으로 못나게 굴었구나' 하 는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솟구쳐 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통 앞을 지키셨다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가슴 이 아려왔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불쌍하게 생각하라는 그 말씀. 모든 것이 다 부모의 잘못이라는 말씀에서 사제로서 배움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그것이 삶에 배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들에 나가면 대문은 그냥 닫아놓고 잠그지도 않는다. 우쳅누가 편지를 배달하려면 아무도 없으니 그냥 대문 안에 던져 놓고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어머니가 들에 나 갔다가 들어오셨는데, 강아지가 무엇인가를 입에 물고 다니는 것이 보여 쫒아가 빼앗아 보니 막내가 로마에서 보낸 편지였다. 어머니는 너무 반가워 편지를 받아들었는데 편지 귀퉁이가 찢겨 져 있었다. 어머니는 강아지를 한참이나 때려 주셨다. 다행히 글씨 가 떨어져 나간 부분은 없었다. 때리고 난 후에야 강아지가 불쌍한 생각이 드셨단다. 그래서 강아지를 껴안고 "미안하다. 네가 뭘 안다 고 너만 때려 주었구나" 하며 쓰다듬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편 지를 보고는 아들 생각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셨던 것 같다. 편지 한 장이 이렇게 반갑고 소중한 것은 쓰고 받아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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