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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부싸움의 지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5 조회수573 추천수9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말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네요. 하늘이 무슨 값이 나가나요? 당신이 헐값에도 안 팔리는 하늘이라면 난 금싸라기 땅이에요.
한 지붕 한 마음으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둔 밥 한 그릇, 그것에는 사랑한다는 천 마디의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다. 나는 그 밥그릇을 셀 수도 없이 받았으니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 것인가. 부부싸움의 지혜

우리는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늘 평화롭게 살 수 만은 없다. 갈등과 대립으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 면서 사는 것은 국가 간이나 개인 간이나 마찬가지다. 부부도 예외일 수 없다. 평생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살았다는 부부 는 아마 없을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싸 웟다가도 금방 풀어지는 것이 부부 사이의 일이라지만, 싸우는 과정 에서 서로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잠시 풀어졌다고 해도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 다른 싸움의 불씨가 되거나 갈등의 골을 깊게 하기 쉽다. 가장 좋은 것은 싸우믈 하지 않는 것이 겠지만, 일단 싸우더라도 '잘' 싸워야 한다. 이른바 싸움의 기술이 문제가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부부싸움에 앞서 자녀들에 대한 배 려가 먼저 있어야 한다. 부모의 싸움처럼 자녀들에게 큰 불안과 슬 픔을 주는 일은 없다. 나의 부모님도 평범한 부부와 다를 바가 없었 다. 한 번은 부모님이 말다툼 하시는 것을 보고 내가 울상을 짓자 어 머니는 나를 꼭 껴안으며 이렇게 달랬다. "찬우야! 울지 마라. 어른들이 나쁘지? 엄마 아빠가 서로 미워서 싸우는 게 아니야. 속이 상해서 그러는 것이란다. 어른들은 아이들 보다 착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너는 어른이 되더라도 아이들처럼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았지?" 나는 지금도 그때 어머니의 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생생하게 기 억하고 있다. 다투고 난 뒤끝은 오래 끌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부 모님은 아무리 다투어도 냉전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거기에는 어머니만의 화해 제스처가 큰 몫을 했다. 부부싸움의 기술에는 이런 원칙도 있다고 한다. '속전속결하라. 그리고 연장전은 절대로 하지 마라.' 당시 우리 집에는 '검둥이' 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검 둥이를 무척 아끼고 좋아하셨다. 부부가 다투고 난 다음날 아버지 가 외출했다 돌아오시면 어머니는 검둥이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 씀하시곤 했다. "집 강아지는 주인을 닮는다는데, 우리 검둥이도 주인 닮아서 착 하지! 어이구, 주인 닮은 우리 검둥이 착하기도 해라." 그럼 아버지는 강아지를 통해 보내는 어머니의 화해 신청을 알아 듣고 이내 저녁은 준비되었느냐고 대꾸를 하셨다. 우리 집 검둥이는 그냥 강아지가 아니라 시골집을 지켜 주는 문지기도 되고, 때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화해를 중재하는 임무도 수행했다. 부모님의 말다툼은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는 점차 만담 같기도 하 고 선문답 같기도 했다. 아버지는 평상시에 입담이 좋으신 편인데, 말년에 들어서는 어머니도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되었다. 안 그래도 여자들은 말솜씨가 좋은데, 오랜 기간 아버지와 살면서 익힌 입담까 지 가세하니 아버지에게는 여간 불리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어버지가 선택한 묘수는 침묵이었다. 하지만 평소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아버지도 간혹 일이 생기면 어머니에게 냅다 타박을 놓 으시고는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싸움을 걸어도 싸움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내가 근무하던 인천가톨릭대학교와 부모님이 사시던 양곡은 초지 대교를 건너면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기에, 오후에 전화를 드리 고 가끔 집에 들러 부모님과 저녁을 함께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두 부 장조림을 좋아했는데, 어머니는 내가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되면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라면서 꼭 상에 올리셨다. 그날도 어김없이 밥상에 두부 장조림이 올라왔는데, 유난히 짰다. 어머니에게 반찬이 좀 짜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연세가 드시 면 예민하던 감각들이 무디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각도 예외 일 수가 없으니,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반찬이 자꾸만 짜지는 것 같았 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해서 70년 넘게 해로하면서 한 번도 반찬 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씀이 없으셨다고 하는데, 아들이 말을 해서 그런지 거들고 나섰다. "아니, 이 마누라야, 이게 반찬이야! 이걸 바닷물에 쪘나, 아니면 소금을 가마니째 넣고 쪘나, 이렇게 짠 걸 먹으라는 거야?" 아버지의 성토를 들으신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셨다. "아니,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복잡하고 길게 하세요. 그냥 다 잡숫고 나서 '잘 먹었다' 하면 될 것을." 반찬 타박에도 발끈하지 않고 그저 '잘 먹었다' 하고 말라는 이야 기에 아버지와 나는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긴 짠 반찬이라 도 해 주시는 것이 어딘가. 해 주시면 그저 '잘 먹었습니다' 하면 그 만인 것을. 밥상에서 생긴 일은 또 있다. 아버지와 나는 입맛도 비슷해서 질 퍽한 밥보다는 다소 된밥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은 평소와 달 리 밥이 조금 질었다. 아버지는 당신 입맛에도 맞지 않는데다가 아 들도 좋아하는 된밥을 왜 제대로 못했는가 싶었는지 기어코 한 마 디를 하셨다. "오늘은 왜 이리 밥이 질어! 솥뚜껑 운전이 몇 년인데 아직도 서 툴러. 남편이랑 아들 좋아하는 된밥 물 양도 못 맞추고 말이야." 그러자 어머니는 웃으면서 내 얼굴을 슬쩍 보시더니, "오늘은 내가 물을 조금 더 부었지요." 그렇다. 밥에 물을 더 부으면 질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당신이 물 을 조금 더 부어서 질게 되었다는데 무슨 토를 더 달 수 있겠는가. 이처럼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말에 그저 웃으며 지혜롭게 대답하 시는 어머니와는 부부싸움이 될 수가 없다. 나의 부모님은 식탁을 사용하지 않고 밥상에 상을 차려서 드신다. 방에서 부모님과 식사를 마치고 내가 주방으로 상을 들고 나가려 하면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밥상은 어른이 드는 것이니 그냥 거기 놔 두세요." 앉아 계신 아버지가 들고 나가라는 말씀으로, 아들 신부에게 그 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심정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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