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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영은 생명을 준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5 조회수753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1주일


<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


  
복음: 요한 6,60-69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


안젤리코 작, (1450), 피렌체 성마르코 박물관

 


     < "영은 생명을 준다." >

         오래전 미국의 한 마을에 천연두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라 이 돌림병은 마을의 거의 모든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다섯 살 소녀 그레이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고열이 지속되었습니다. 천연두로 인해 이미 그레이스의 오빠와 동생을 잃고 난 뒤라, 엄마는 어떻게든 그레이스만은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그 열꽃 하나하나를 뾰족한 것으로 파냈습니다.

다행히 천연두는 나았지만, 그레이스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흉터들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레이스가 학교를 다닐 나이가 되자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그녀를 괴물이라 놀려댔고, 그레이스의 마음은 더욱 상처를 받았습니다.

얘야, 네가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지 한번 들어보렴.”

엄마는 눈물로 얼룩진 그레이스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네가 어렸을 적에 천연두라는 큰 병에 걸린 적이 있었단다. 그 병은 네 오빠와 동생의 생명을 빼앗아갔지. 이웃의 많은 아이들도 죽었단다. 하지만 하느님이 너만은 살려주셨단다.”

왜요?”

그레이스가 눈물을 멈추고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넌 소중하니까. 그리고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이인지를 기억하라고, 하느님께서는 네 얼굴에 천연두 자국을 남기셨단다. 그래서 이건 네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표시야. 네 이름이 그레이스, 갚을 수 없는 선물인 이유이기도 하지.”

엄마는 그레이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너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너 역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단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그레이스는 괴물에서 갚을 수 없는 선물이 되었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을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레이스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을 소중히 여기라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며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녀는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갔고, 한번은 파티에서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발견하고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실망한 남학생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반응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좀 주세요.”

남학생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 앞에서 도망치듯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레이스는 다시 그 남학생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제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좀 주세요.”

여전히 밝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남학생은 결국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그들은 좋은 만남을 유지해 나갔고, 마침내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실화이고 그 후 남편은 미국 상원의원이 되었고, 그레이스는 하원의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눈병이 걸려있는데 며칠 전에서야 그 원인을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캠프 때 풀장에서 아이들과 놀았기 때문인데 유독 저만 눈병이 걸린 것입니다. 캠프장 샤워시설이 하나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샤워할 때 저는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하다가 씻지도 않은 채 잠을 잤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너무 우습게 여겼던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 혼자만 눈병이 걸려 지금까지 고생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들은 깊이에로의 강요를 받고 삽니다. 그 깊이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만 보면 살지 못합니다. 그 겉 표면 뒤에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보이지 영적인 면이 숨어있고 우리는 그것을 보아야합니다.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육은 쓸모가 없지만 영은 사람을 살린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레이스가 자신의 얼굴에 난 상처들의 깊은 영적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면 자살이라도 해버릴 듯한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겠지만, 그 영적인 의미를 발견하고는 그 단점이 오히려 하느님 사랑의 증거가 되고 삶의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이 미사 때 밀떡을 들어 올리지만 그 밀떡 안 깊숙이 숨어계신 그리스도를 바라보지 못하면 구원을 얻지 못하고 그 무한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정희 루시아란 청년은 제가 보좌를 하던 본당의 예쁜 고 3학생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형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해소에서 미사 전 고해를 듣다보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CD를 틀어놓은 듯한 예쁜 성가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성가 연습을 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미사 전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고 바로 교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교사들은 루시아를 소개시켜 주었고 저는 성가를 아주 잘하니 청년이 되어서도 청년 성가대를 하라고 권유하였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기 위해 서울 부근의 한 대학에 진학한 루시아는 청년 성가대를 하였고 어려서 그런지 술자리가 있으면 너무 늦기 전에 가장 먼저 집에 들어가는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로마로 나왔을 무렵 청년들과 본당 신자분들이 루시아가 청년 성가연습을 하러 나간다고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성가 연습을 나오기 위해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놓쳤다고 합니다. 한 아주머니와 둘이 기다리다 아주머니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로 루시아는 2년 동안이나 실종된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조차도 희망이 줄어들고 가끔 생각 날 때나 기도를 해 주던 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왔습니다. 루시아가 이번 연쇄 살인의 한 피해자로서 유골을 찾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루 이틀은 그냥 멍한 상태로 있었고 그 이후론 별일도 아닌데 가끔 짜증도 잦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일을 당한 루시아에겐 배부른 불평을 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했었습니다.

그러다 한 분이 저에게 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루시아가 살인범이 죽이기 전에 고민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착하고 깨끗하고 예뻐서 한 시간정도를 차에 태우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자신의 얼굴과 일을 알고 있는 루시아를 살려둘 수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장례식에서 루시아의 어머니는 자신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아마 실종되었을 때 바로 딸의 시신을 찾았으면 미쳐버렸을 거예요.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해요. 2년이란 시간을 주셔서 저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셨으니까요.”

아버님은 루시아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기셨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길을 끝내 가고야 말았어. 살아서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하느님이 너무 사랑하셔서 예수님의 수난처럼 그렇게 처참하게 데려가셨을까? ...”

그리고는 나라에서 보상을 안 받기로 하시고 그 이유를 이렇게 적으셨습니다.

우리아이의 죽음은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깨우쳐 주신 거라고 생각되기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자합니다.”

 

모든 사건 안에 숨어있는 하느님의 뜻을 보는 것이 영적인 인간의 자세입니다. 루시아의 부모님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건 안에서 영적인 면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을 찾아온 사람들은 5천 명을 먹인 기적에서 겉면만 보고 배만 불렸기 때문에 영적인 이야기를 하는 예수님을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다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먹는 빵이 모세가 내려준 만나와 연결되어야 하고 그 만나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과 연결된다는 것을 보지 않으려 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영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육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성령을 사람을 살린다고 하십니다. 성경공부도 문자로만 하는 사람들은 교만해지기만 하고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영적인 의미를 찾아내야합니다.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 안에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것 깊숙이 존재하는 영적인 의미들을 발견하기 위해 우리 안에 성령님을 가득 채우도록 노력합시다. 우리는 빛으로 빛을 보고, 영으로 영을 보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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