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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6 조회수432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말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하나는 알지만 둘은 모르네요. 하늘이 무슨 값이 나가나요? 당신이 헐값에도 안 팔리는 하늘이라면 난 금싸라기 땅이에요.
한 지붕 한 마음으로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둔 밥 한 그릇, 그것에는 사랑한다는 천 마디의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다. 나는 그 밥그릇을 셀 수도 없이 받았으니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 것인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어머니의 특기 중에는 지는 척하면서 이기는 방법도 있었다. 지는 척하면 아버지가 속아서 방심하고 물러나지만, 결과적 으로는 어머니가 승리를 거머쥐는 고도의 전략이다. 그때는 아버지 가 집안의 경제권을 인계받아 책임을 맡은 후의 일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우체국에 가서 전기요금을 내고 오셨다. 지금이 야 자동이체나 인터넷 뱅킹 등이 있어 집에서도 손쉽게 각종 공과금 을 처리하지만, 당시에는 우체국이나 은행에 직접 가야만 돈을 낼 수 있었다. 이런 집안의 잔무처리는 여자들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 다. 우선 남자들은 영수증을 챙기는 것부터 더디고 요령이 없다. 세 금 낼 때도 정신이 없는 쪽은 남자들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집안의 출납을 맡고 있는 한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버지가 공과금을 내고 집으로 들어오셨을 때 그저 인사차 "전기요금은 잘 내고 오셨어요?"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4,500원이던가?" 하고 확신이 안 가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러자 어머니가 언제 그 말을 들으셨는지, "이번 달 전기요금은 3,500원" 이라고 정정하시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4,500원이라고 계속 우기고 어머니는 3,500 원이라고 우겼는데, 문제는 영수증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자들은 영수증 챙기는 재주가 별로 없다. 그래서 전기요금 공방전은 더 계 속 되었지만 영수증이 나타나기 전에는 승부가 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당당하게 이번 달 영수증을 내놓고 싶었지만 막상 찾아 보니 이게 발이 달렸는지 아무리 옷을 다 털어도 보이지 않았다. 아 버지는 지난 달 요금 고지서를 꺼내놓고, "이번 달은 지난 달보다 하루가 더 많으니 4,500원이 맞는데 그래." "이번 달은 전기를 조금 더 아껴 썼으니 3,500원이 맞다니까요." 그러다 보니 서로의 기억력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머리가 좋으니 나쁘니 하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공방 전은 어머니의 말씀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 당신 잘나고 똑똑해.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나도 5년만 있어 봐. 당신만큼 똑똑해질 거야." 두 분은 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 5년이 지난다고 어머니만 연세를 드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이 많은 당신이 더 똑똑하니 5년 후에 보자는 어머니 말씀에 아버지는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 머니는 다섯 살이 어려서 똑똑하지 못한 것으로 승부를 포기하셨고, 아버지는 다섯 살 더 어른이니까 당신이 이긴 것이다. 그러나 '나도 다설 살만 더 먹으면 당신만큼 똑똑해질 수 있다' 는 말이 논쟁의 결 론이었다. 도대체 어머니는 그 순간 어떻게 그런 묘안을 생각해 내시는지, 놀랍기만 했다. 이렇듯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상황을 반전시 키는 능력은 아무나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영민함도 있어 야겠지만, 우리 어머니의 경우는 오랜 세월 올바른 생각과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아오셨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사소한 다툼을 더 큰 싸움으로 만들지 않고 항상 현명하게 잘 마무리하시는 어머니도 간혹 아버지의 말씀에 정면으로 반격하 는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적절한 강온(强溫) 전략이었다. 언젠 가는 두 분이 무슨 말씀을 나누다가 어머니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이셨다. "당신은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라는 말도 모르냐? 남자의 말이 혹시 잘못되었더라도 하늘 같은 남편의 말이면 땅이 굽힐 줄 알아야지 않겠소?" 그러자 어머니가 대꾸하셨다. "그 말을 제가 모를 리가 있나요. 잘 알고 있죠. 그런데 당신은 하 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요. 하늘이 무슨 값이 나가야 말이지요. 하지 만 땅값이 얼마나 비싼 줄 알기나 하세요? 당신이 헐값에도 안 팔리 는 하늘이라면 난 금싸라기 땅이네요." 어머니의 명확한 경제논리에 아버지는 다시는 남자는 하늘, 여자 는 땅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말은 그래서 본전도 못 찾는 말 이 되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다. 때때로 어머니가 얘기 중에 엉뚱한 말을 하면 아버지는 평소에 쌓인 것이 많아선지 이때다 싶어 재빨리 공격에 나서면서 하시는 말씀. "병신 같은 마누라야! 그것도 몰라?" 하지만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을. 어머니의 반격 은 날카롭고 예리했다. "내가 팔이 하나 없소, 입이 삐뚤어졌소. 온몸이 멀쩡한대 왜 병신 인가요. 그래도 내가 병신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죽 못났으면 남 자가 그런 병신 마누라 데리고 살겠소. 참으로 불쌍한 당신." 그러면 아버지는 또 허허, 하고 입을 다무셨다. 어머니의 대답에 맞설 마땅한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타고난 재 치와 위트로 부부의 말다툼을 잘 넘기셨다. 그리하여 아버지는 남편 이 하늘 같다거나 누가 병신 같다거나 하는 등 어머니를 제압하려는 무기를 하나씩 하나씩 잃고 금지 어휘들이 늘어나면서 말다툼도 차 츰 줄어들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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