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한문 앞에서 시낭송을 하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8 조회수310 추천수1 반대(0) 신고
                대한문 앞에서 시낭송을 하다







▲ ‘대한문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천주교 신자들 / 수도회 수사들과 수녀들, 신자들을 합해 대개 300명에서 500명 정도가 ‘대한문미사’에 참례한다.  
ⓒ 전재우 -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2일부터 시작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대한문미사’에 매번 참례하고 있다. 대한문미사의 정식 명칭은 ‘민주주의 부활을 위하여 용산참사, 쌍용차해고노동자들, 4대강, 제주 구럼비, 그리고 오늘을 생각하는 월요미사’다. 펼침막에는 그렇게 씌어져 있지만, 미사의 사회를 보시는 사제단 총무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님은 미사 때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생명‧평화‧통일미사’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두 가지 표현을 모두 좋아한다. 두 가지 모두 대한문미사의 지향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 표현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고 상통하며 미사 지향을 더욱 탐실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지향들을 뜨겁게 발현하는 대한문미사에 나는 절절한 마음으로 몰입하곤 한다.

그 대한문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나는 매주 월요일 오후엔 서울을 간다. 태안에서 2시 30분 버스를 타면 적당하다. 지하철 3호선과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으로 가면 대개 5시 20분쯤이다. 신부님들과 봉사자들의 미사 준비를 거들고, 6시 정각에 삼종기도를 주송한 다음 묵주기도 5단을 주송한다.

묵주기도는 매주 ‘환희의 신비’, ‘빛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를 돌아가면서 바치는데, 벌써 두 바퀴를 돌아 어제(27일)에는 ‘환희의 신비’를 바쳤다. 또 어제는 수도회 사제들이 미사 준비를 해서, ‘작은형제회’의 유이규 신부님이 주례를 하고, ‘예수회의 김정대 신부님이 강론을 했다.



▲ 주례사제 / 27일의 미사는 수도회 사제들이 준비를 했고, ‘작은형제회’의 유이규 신부가 주례를, ‘예수회’의 김정대 신부(왼쪽)가 강론을 했다.  
ⓒ 전재우 - 관련사진보기


매번 30명 가까운 사제들이 참례하는데, 어제는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 26분의 사제가 참여했고, 14개 수도회 수녀님들과 5개 수도회 수사님들이 참석했다. 대한문미사에 참례하면서 우리나라에 수도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미사 때마다 수도회들의 이름을 듣는 것도 내게는 각별한 기쁨이다.

영성체 후 사회를 보시는 김인국 신부님은 매번 참석한 수녀님들과 수사님들의 수도회 이름을 소개하고, 이어서 참석 사제들을 교구별 수도회 별로 소개하는데 그때마다 신자들은 힘껏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얘기를 한 가지 곁들이자면, 영남지역에서도 마산교구, 부산교구, 안동교구에서는 사제들이 빠짐없이 참석하는데, 대구대교구만 한 분도 오시지 않거나, 간혹 오시더라도 한 분 정도 오신다는 점이다. 신부님들이나 신자들 모두 그 사실을 거론하지는 않지만, 나는 미사 때마다 그쪽으로 신경이 쓰이고 섭섭한 마음이 되곤 한다.

간혹 대구대교구에서 오신 신부님이 소개될 때는 신자들 모두 더욱 힘껏 박수를 보내고 환호를 지르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일이 계속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욱 간절히 기도를 하게 되고….



▲ 손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 부르는 사제들 / 27일의 ‘대한문미사’에는 여러 교구와 수도회에서 26분의 사제들이 참례하여 공동 집전을 했다.  
ⓒ 전재우 - 관련사진보기


27일의 대한문미사는 내게 좀 더 특별한 미사였다. 광복절을 기해 출간된 내 목적시집 <불씨>가 김인국 신부님에 의해 소개되고, 내가 시집의 표제작인 <불씨>를 낭송했기 때문이다. 대한문미사에서 내 시를 낭송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난해 5월 30일 ‘여의도 거리미사’와 31일 태안성당 ‘성모의 밤’ 행사 때 시를 낭송한 이후로는 꽤 오랜만에 천주교 전례 중에 자작시를 낭송한 셈이다.

올해는 내가 문단에 나온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1982년에 ‘등단’이라는 것을 했으니 어느덧 작가생활 30년을 헤아리게 되었다. 비교적 늦은 삼십대 중반 시절에 여정을 잡았기에 이제 석양을 바라보는 지점에 이르게 됐다.

그동안 주로 소설 쪽에서 활동을 해왔는데, 등단 30주년을 스스로 기념할 겸 문집 출간을 하기로 하고, 수원교구 소속이신 어느 신부님의 도움으로 소설집이 아닌 목적시집을 출간하게 됐다. 그러니 조금은 엉뚱한 일일 것도 같다.

목적시란, 어떤 특별한 일의 성격에 맞추어서 짓거나 그 일에 필요해서 지은 시, 또는 이런저런 행사에 가서 낭송을 하기 위해 지은 시들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축시, 헌시, 추모 시, 조시 등을 일러 목적시라고 한다.

등단 이후 30년 동안 지어온 목적시들이 꽤 많아 절반 정도를 추려서 ‘한국 최초의 목적시집’을 내기로 했다. 이 땅의 수많은 시인들이 지어낸 무수히 많은 시집들이 우리의 산하를 장식하고 있지만, 목적시만을 모은 시집은 일찍이 없었다고 하는데, 맞는 말일지는 모르겠다.



▲ 손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는 신자들 / ‘대한문미사’에 참례하는 수사, 수녀, 신자들은 손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할 때 더욱 뜨거운 마음이 되고 일심동체가 된다.  
ⓒ 전재우 -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나는 <불씨>라는 목적시집을 출간했다. 삼류문사 처지에 ‘등단 30주년 기념문집’이라고 칭하기는 면구스럽지만, 등단 30년이 되는 해를 그냥 넘기지는 않게 된 셈이다. 더욱이 시집 안에 담긴 시들은 대부분 이 땅의 현실상황 속에서 빚어진 뜨거운 ‘기도’들이다. 석양빛 속에서 더욱 뜨겁게 살고자 하는 간절한 외침이기도 하다.

감히 진실과 정의, 참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생애 첫 ‘목적시집’을 펴냈음을 서문 ‘시인의 말’에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시집의 표제작인 <불씨>를 27일 저녁의 대한문미사 중에 내가 직접 낭송을 한 것이다. 참으로 감사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나는 시를 낭송하기 전에 마이크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먼저, 매주 월요일 저녁 미사가 거행되는 이 대한문 앞에 충남 태안에서 살고 있는 저를 매번 불러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또 매주 월요일 저녁 이 대한문 앞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생명‧평화‧통일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 뜻 깊은 미사에 함께 해주시는 수녀님들과 수사님들,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나는 내 목적시집 <불씨>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한 다음 <불씨>를 낭송했다. 그럼 이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께 내 목적시집 <불씨>의 표제작인 <불씨>를 소개하며 ‘불씨’의 공유를 간절히 소망한다.



▲ 시낭송 / 미사 중 영성체 후에 내가 최근 출간 시집 <불씨>의 표제작 <불씨>를 낭송했다. 사제들 사이로 내 뒷모습이 보인다.  
ⓒ 전재우 - 관련사진보기



    불씨


내 가슴엔 불씨가 있다
조물주께서 태초부터 내게 베푸신 불씨다
세상을 보게 하는 불씨다
나를 살게 하는 불씨다

평생을 살아오며 내 나름으로
뜨겁게 불씨를 피워왔고
애지중지 불씨를 간직해왔고
이리저리 나누고 전하기 위해
눈물도 땀도 많이 흘렸으며
불면의 밤바다를 헤어오기도 했다

그리하여 오늘 내가 있다
오늘은 대한문 앞에 내가 있고
내 앞에 대한문이 있다
나는 대한문의 불씨이고
대한문은 내 생명의 불씨이다

대한문아, 너는 오늘
사랑과 평화의 불씨이며
희망의 불씨이다
정의와 인권의 불씨이며
참 민주주의의 불씨이다

불씨는 불꽃을 추구하고
불꽃으로 승화한다
불꽃은 끝내 소멸하지 않고
모두 함께 살게 하는 열매를 맺는다

변화는 생명이고, 생명은 변화다
그것을 위해 대한문아, 너는 오늘도
불씨를 안고,
우리 모두와 생명의 불씨를 나누고 공유하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안고서도
오늘도 피어린 역사를 만들며 나아간다

대한문아, 비록 이 땅을 침탈한 저 왜구들 같은
일진광풍이 거듭 닥칠지라도
우리들 가슴의 불씨는 영원하리니
오늘도 내일도 불씨를 안고 사는 힘으로 나아가자!

‘쌍용’이라는 이름의 벼랑에서 산화하여
불씨가 된 스물 두 명의 생령들이  
우리와 함께 있다
결코 꺼지지 않을 불씨를 안은 가슴으로
불꽃이 가져올 생명의 열매를 향해
오늘도 또 내일도 뜨겁게 나아가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죽음을 분향하는 대한문 앞에서 2012년 7월 2일부터 시작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월요미사’에 참여하며, 용산 남일당부터 제주 강정에 이르는 죽어가는 모든 것들의 절규를 귀담아 들으며 이 시를 바친다.


지요하(sim-o)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이 있고, 2011년 장편소설 『향수』를 출간함.
http://blog.naver.com/jiyoha
    

12.08.28 17:48l최종 업데이트 12.08.28 17:48l지요하(sim-o)
태그 / 대한문미사, 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 지요하 목적시집 <불씨>, 정의구현사제단    
© 2012 OhmyNews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